18개 습지로 연결돼 있는데
정부 ‘굴암지구만 공사’ 홍보
‘따로 보전’ 거듭 말장난만
정부 ‘굴암지구만 공사’ 홍보
‘따로 보전’ 거듭 말장난만
경기도 여주군 강천·점동면 일대의 바위늪구비 습지는 ‘4대강 사업’으로 고통받는 자연의 대명사가 되어왔다. 특히 사업이 시작되기 전 남한강대교에서 찍은 사진과 공사가 시작된 뒤 준설로 파헤쳐진 모습을 담은 사진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난 16일 <한겨레>는 준설공사가 끝난 뒤인 지난 4월 말 찍은 사진을 추가로 보도했다. 불과 1년 반 만에 남한강 최고의 습지 산책길(여강길)은 강물에 덮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이날 오전 이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자료를 냈다. 두 부처는 사진 속 장소는 바위늪구비가 아니라, 각각 단순한 둔치(굴암지구)와 다른 습지(강천 습지)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바위늪구비 습지는 원형대로 보전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토부가 제출해 환경부와 2009년 11월 협의를 마친 4대강(한강) 환경영향평가서(보완·지도 참조)에는, 이 지역이 ‘바위늪구비 습지’로 표시돼 있다. 환경부가 2003년 실시한 ‘국내 내륙습지 자연환경조사’에서도 이곳을 바위늪구비 습지라고 불렀다. 이 지역에서 가장 최근에 실시된 국가 정밀습지조사인 이 조사의 보고서는 바위늪구비 습지를 남한강·청미천 합류부부터 남한강대교(사진 찍은 지점)까지 이 일대의 습지군 81만㎡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쓰고 있다.
바위늪구비 습지군에는 그 이름이 유래된 바위늪구비(굴암늪)와 점말·점동·강천 등 크고 작은 습지 18개가 속해 있다. 사진 속 장소는 이 습지군 서쪽 끝에 있는 강천·적금 습지다. 이 지역 생태운동단체인 ‘여강길’의 박희진 사무국장은 “이곳 일대는 크고 작은 습지 생태계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굴암늪이 아닌 다른 곳은 바위늪구비 습지가 아닌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바위늪구비의 진실’이라는 4대강 홍보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홍보 영상에서 4대강 공사 관계자는 “사진 속의 장소는 공사장인 굴암지구이며, 바위늪구비는 따로 보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서귀포(강천·적금 습지)는 제주도(바위늪구비 습지군)가 아니다’라는 말장난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국토부가 말한 ‘진짜 바위늪구비’는 어떻게 됐을까? 바위늪구비는 그대로지만 물이 들고나던 주변은 준설을 해서 샛강이 흐르고 있다. 황인철 녹색연합 현장팀장은 “습지는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여러 습지 생물들이 이동하며 생태계를 완성한다”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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