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반환 미군기지 22곳 오염조사 보고서 첫 입수
벤젠·페놀·기름 범벅…“1년안 주변농지 확산” 경고도
벤젠·페놀·기름 범벅…“1년안 주변농지 확산” 경고도
2007년 돌려받은 미군기지의 토양과 지하수가 기름 유출과 무분별한 화학물질 관리로 말미암아 반환 당시 광범위하게 오염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겨레>가 반환 미군기지 22곳의 환경오염 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일부 기지에서 장기손상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인 페놀을 비롯해 발암물질인 벤젠 등이 고농도로 발견됐다. 서울 용산헬기장을 제외한 21개 기지의 토양에서 모두 기름오염이 발견됐으며, 중금속에 오염된 땅까지 합치면, 오염면적이 서울광장의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부는 2007년 미군기지 반환에 앞서 캠프 페이지(강원 춘천)와 매향리 사격장(경기 화성) 등 미군기지 및 부지 22곳에서 정밀 환경오염조사를 벌였다. 이 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공개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공개됐지만 전체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보고서를 분석해보니, 기름이나 세정제 등 각종 화학물질이 토양을 해치고 이어 지하수까지 오염시킨 사례가 많았다. 캠프 카일(경기 의정부)의 지하수에서는 두께 4.8m의 기름층이 발견됐다. 땅에 유출된 기름이 지하수층까지 파고들어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진용 강원대 교수(지질학)는 “이 정도면 대형 정유소의 유류 오염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캠프 그레이(서울 대방동) 지하수에서 검출된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생활용수 기준(1.5㎎/ℓ)의 1923배인 2884㎎/ℓ를 기록했다.
다른 독성물질도 검출됐다. 캠프 하우즈(경기 파주)에서는 생활용수 기준(0.005㎎/ℓ)의 71배에 이르는 페놀이 나왔다. 캠프 에드워드와 그리브스(경기 파주), 캠프 에세이욘(경기 의정부)에서도 페놀이 기준치를 웃돌았다. 페놀은 현기증과 신경·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다. 캠프 그리브스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이 생활용수 기준의 21배를 초과했다. 보고서는 “벤젠이 1년 안에 조사지역 밖으로 퍼져나가고 이어 주변 농지로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캠프 페이지에서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기준치의 2.7배 검출됐다.
지하수오염의 전초단계인 토양오염은 광범위했다. 캠프 카일은 전체 부지면적의 5분의 2가 기름·중금속으로 오염됐다. 캠프 하우즈와 홀링워터(경기 의정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등에서는 납·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이 심했다. 캠프 콜번(경기 하남)에서는 건축폐기물 2450㎡가 아무렇게나 매립됐다. 이렇게 토양오염으로 판정된 면적만 33만2006㎡였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이곳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고 학교나 공원도 세워선 안 된다. 정인철 녹색연합 평화행동국장은 “조사 대상 기지가 소규모여서 다른 대규모 기지를 포함하면 오염면적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스탠턴(경기 파주) 등 6개 기지의 보고서는 오염된 지하수가 1~2년 안에 부대 밖으로 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고, 정화작업은 2007년 이후에야 시작됐다. 이진용 교수는 “오염 확산 예방조처가 바로 이뤄지지 않아 추가적인 오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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