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호사 취급” 비판에
기재부선 “세계적 추세”
이낙연 의원 ‘면세 개정안’
기재부선 “세계적 추세”
이낙연 의원 ‘면세 개정안’
다음달 1일부터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에 부가가치세가 합산돼 청구된다. 하지만 수의사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반려동물의 진료비에 부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축산위생관리법에 ‘가축’으로 명시되지 않은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은 진료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내야 한다.
이에 수의사들과 동물보호단체는 21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4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달 초 이사회에서 이날 하루 병원 문을 닫고 궐기대회에 참석하기로 결의했다.
부가세 부과에 반대하는 이들은 반려동물도 사람과 교감하고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인 만큼 환자와 마찬가지로 부가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자유연대의 조희경 대표는 “환자와 농장 동물 등은 부가세를 계속 면제하면서 유독 반려동물 진료비만 성형수술과 함께 부가세 부과 대상으로 바꿨다”며 “반려동물을 사치성으로 보는 정부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반려동물은 서민층에서 많이 기르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현 농림수산검역본부)의 2006년 ‘동물보호의식 조사보고서’를 보면, 반려동물 사육 가정의 73%가 한달 가구소득이 400만원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조사보고서에서도 도시보다는 농촌의 사육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개가 피부병에 걸려 병원에 가면 진료비와 약값을 포함해 2만원 안팎이 든다. 이 경우 부가세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나이 든 노령견은 큰 병이 잦아 진료비가 수십만원대로 치솟기도 한다. 유기동물의 상당수가 병든 노령견임을 고려하면, 부가세 신설이 동물 유기를 부추길 수 있다. 지난해 유기동물 처리비용은 102억원이었지만, 반려동물 부가세 부과로 예상되는 세액은 70억원이다.
외국의 경우, 유럽에는 세금이 있고 미국·대만은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가세는 용역과 서비스에 원칙적으로 매기는 것으로, 세계적인 추세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희경 대표는 “동물복지에 투자하지 않는 우리나라를 유럽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찬반 양쪽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부가세 면세 대상에 반려동물 진료행위를 포함하는 내용의 ‘부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시행령 시행일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 법안을 상임위 전체회의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 강종일 동물병원협회장은 “정부가 철회할 때까지 동물보호단체 등과 연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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