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4m 준설기준 어기고, 교각보호공 없었다

등록 2011-06-26 19:42수정 2011-06-27 10:37

경북 칠곡군 왜관읍과 약목면을 잇는 낙동강 왜관철교 일부가 26일 붕괴된 채 강물에 잠겨 있다. 이 다리는 25일 새벽 장맛비와 제5호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불어난 강물에 교각이 쓸려나가면서 무너졌다.  칠곡/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북 칠곡군 왜관읍과 약목면을 잇는 낙동강 왜관철교 일부가 26일 붕괴된 채 강물에 잠겨 있다. 이 다리는 25일 새벽 장맛비와 제5호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불어난 강물에 교각이 쓸려나가면서 무너졌다. 칠곡/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대강 공사전 ‘양호’ 교량, 강바닥 2~3m 더 판 뒤
교각보호공 설치지침 무시, 급류에 수압 못 견뎌 무너져
1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경북 칠곡군의 왜관철교(호국의 다리)가 작은 장맛비에 무너졌다. 무너진 왜관철교는 1905년 낙동강에 세워진 이후 태풍 ‘매미’와 ‘사라’뿐만 아니라 20세기 최대의 홍수인 1925년 을축년 대홍수를 견뎌낸 근대 문화재다.

왜관철교가 붕괴된 것은 25일 새벽 5시15분께. 지난 22일부터 내린 비로 낙동강이 불어났고 갑자기 2번 다릿발(교각)이 무너지면서 철교 100m가 강물에 처박혔다. 하루 수천명이 운동과 산책을 하는 인도교이지만 새벽에 붕괴돼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국토해양부는 25일 사고 원인에 대해 “비가 많이 내려 수위가 상승하고 유속이 빨라져서 생긴 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칠곡 지역의 강수량은 붕괴 전날인 24일 불과 13.5㎜에 그쳤고, 상류인 상주는 128.5㎜, 안동은 147㎜로 평소 장맛비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 다리는 4대강 사업 직전에 실시한 교량 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해마다 여름이면 두세 차례 내리는 100㎜의 비에 100년을 버틴 다리가 무너진 것이다.

경북 칠곡군 왜관철교 붕괴사고 개요도
경북 칠곡군 왜관철교 붕괴사고 개요도

당시 왜관철교 주변에서는 4대강 준설공사가 한창이었다. 계획된 준설 깊이는 4m였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더 깊이 파기 위해 포클레인을 개조해 6~7m까지 땅바닥을 팠다”고 말했다.

깊게 파헤쳐진 강바닥 위로 불어난 강물이 소용돌이쳤다. 급류는 왜관철교를 떠받치는 다릿발을 강타했다. 다릿발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각 둘레도 4대강 사업을 위해 준설공사를 벌인 터였다. 다릿발 주변에서 준설을 하면 교각의 기초가 부실해지기 때문에 돌망태 등 교각보호공을 주변에 쌓아야 한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2009년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와 왜관철교 보강계획도를 봐도 2번 교각을 포함해 7개 다릿발에 교각보호공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해야 그나마 지반이 깎인 다릿발이 수압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붕괴된 2번 교각에는 교각보호공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지난해 막대한 준설토를 처리할 곳이 없어지자 준설 물량이 줄었고 이에 따라 준설 물량이 조정됐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2번 교각 주변의 준설계획도 없어졌기 때문에 교각보호공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번 교각은 4대강 사업 이후에도 물이 드나드는 곳으로 교각보호공 설치가 필수적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공사 계획이 변경됐는데도 대구지방환경청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이 지역은 이번에 큰비가 오지 않아 (이번 사고는) 큰비가 온 상류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에 상류에 내린 비가 100㎜ 안팎으로 많은 양이 아닌데, 이 정도의 비로 하류에 있는 왜관철교가 무너졌다면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4대강사업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와 대한하천학회 등은 이날 왜관철교 아래 낙동강 제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모든 다리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남종영 기자, 칠곡/박주희 기자 fandg@hani.co.kr

왜관철교 어떤 다리인가
100년 역사 지닌 근대철교의 수작
6·25때 낙동강 전투 결전지로 유명

무너지기 전인 지난 3일 항공촬영한 왜관철교 모습. 앞에서부터 인도교인 왜관철교, 국도가 지나는 왜관교,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낙동강교.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무너지기 전인 지난 3일 항공촬영한 왜관철교 모습. 앞에서부터 인도교인 왜관철교, 국도가 지나는 왜관교,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낙동강교.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100여년 묵은 이 다리는 한국판 ‘콰이강의 다리’로도 불린다. 지난 25일 새벽 장맛비 물살에 무너진 경북 칠곡군 왜관철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근대 토목 유산 중 하나다. 한국전쟁 당시 한·미 연합군과 북한군이 대치했던 낙동강 전투의 결전지로도 유명하다.

길이 469m의 왜관철교는 서울 한강철교, 충남 공주 금강철교, 경남 창녕 남지철교 등과 더불어 국내 대표적인 근대식 철교다. 삼각형 트러스 철골이 결합된 콘크리트 다리로, 다릿발에 화강암을 붙인 고풍스런 외양에 지면에 닿는 부분은 아치형 장식과 붉은 벽돌로 처리했다. 남지철교와 더불어 조형미가 돋보이는 근대 철교의 수작으로 2008년 등록문화재 406호로 지정됐다.

애초 다리는 일제가 경부선을 부설한 1905년 단선 철도 교량으로 지어졌다. 1941년 경부선 복선화로 옆에 새 철교가 세워지자 사람, 차량이 다니는 인도교로 탈바꿈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왜관철교는 허리가 끊어진다. 북한군이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오자 미군은 ‘워커라인’으로 명명한 낙동강방어선을 선포하고, 50년 8월3일 새벽 다리를 폭파한다. 이를 전후해 밤에 다리 부근 강을 건너려는 북한군과 한·미 연합군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거듭됐다. 50년 8월16일 왜관 일대에 미공군 B-29의 융단 폭격으로 북한군이 사실상 궤멸되는 전황도 이 다리는 지켜보았다.

철교는 1953년 나무다리를 잇대면서 임시복원됐지만, 40년 가까이 정식 복원되지 않은 채 퇴락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1993년 지자체의 보수공사로 ‘호국의 다리’란 별칭 아래 복원된 뒤로는 호국관광지가 되어 현재에 이른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건축사)는 “100여년 역사를 간직한 토목구조물이 무리한 4대강 공사의 영향으로 무너졌다니 착잡하다”며 “4대강 공사 현장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아랍에미리트에 UDT 10여명 추가 파병
민주 ‘당 대표실 도청’ 수사 의뢰
중국 공산당 가입 신세대들 “진학·취업·시험에 도움”
‘물 만났던’ 한국기업들 ‘갇힌 물고기’ 신세 전락
링컨 암살범 몰린 어머니의 숨겨진 슬픔
4m 준설기준 어기고, 교각보호공 없었다
각국 기상청 ‘항복 선언’…“예보 안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