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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캠프 캐럴 오염 확인’ 은폐 파장

등록 2011-06-27 20:47수정 2011-06-27 22:29

“미군, 신의성실 원칙 무시” 비판
환경단체 “기지 전체 조사해야”
주한미군이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화학물질이 묻힌 구덩이를 7년 전에 확인했는데도, 한국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미군과 함께 구덩이를 찾는 조사를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 공동조사단이 꾸려져 고엽제 매립 의혹을 조사중인 상황에서, 미군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드러난 매몰지가 현재 조사 대상 지역이 아니어서, 조사를 기지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공개된 ‘캠프 캐럴 환경오염 치유를 위한 예비조사 보고서’(초안)를 보면, ‘화학물질 구덩이’가 확인된 독신사병숙소 언덕(BEQ 힐)은 캠프 캐럴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화학물질이 담긴 드럼통이 계속 묻혀 있다면, 주변 토양과 지하수로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를 보면, 미군은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환경조사를 벌였다. 미군 용역업체 우드워드 클라이드사의 1992년 조사에서는 지반 침하가 관찰되기도 했다. 화학물질이 묻힌 구덩이가 허물어지면서 지형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당시 지하수 검사에선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등이 검출됐다.

2004년 미 육군 공병단이 지하투과레이더(GPR) 등을 이용해 구덩이를 확인하고 토양에서 다이옥신을 검출한 뒤에도 미군은 계속 이 지역을 주시해왔다. 군인 아파트 부지를 물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공병단은 세 곳에 관측정을 설치해 이곳 지하수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제초제 계열의 화학물질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이뤄진 조사에서도 미군은 이곳 지하수가 발암물질인 클로로포름 등에 오염됐다며 매년 1~2회 모니터링을 하고 매몰지와 주변 토양을 제거하라고 권고했다. 클로로포름은 간과 신장,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네 차례나 실시된 환경오염 조사결과를 받지 못했다. 전직 한국인 군무원 구자영씨가 지난달 말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신사병숙소 부근에 화학물질을 매립한 사실을 폭로해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지만, 미군은 한국 정부의 조사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를 벌이고, 한국 정부는 제한된 정보 속에서 제대로 된 요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정보의 불균등 탓에 양국의 협의 과정에서 조사 지역은 D구역 등 일부 지역으로 제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군은 최근의 오염조사 결과는 초안을 작성중이어서 줄 수 없다고 밝혀 왔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새로운 매몰지가 알려진 이상 캠프 캐럴 전체로 조사 지역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미군이 사실상 한국 정부를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미군은 기존의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한·미는 원점에서 조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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