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 지난해 기준치 최고210배 오염 확인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의 지하수가 강한 독성 탓에 1970년대부터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디디티(DDT)에 고농도로 오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미국 극동사령부 육군 공병단이 지난 3월 작성한 ‘캠프 캐럴 환경오염 치유를 위한 예비조사 보고서’(초안)의 41구역 편에서 확인됐다. 미군은 2009년부터 기지 재개발 목적으로 환경오염 조사를 벌이면서, 지역별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41구역 보고서는 과거 화학물질 저장고였던 이곳의 토양과 지하수를 대상으로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이뤄진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보고서를 보면,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국내 먹는물 기준치의 최고 650배인 6.5㎎/ℓ 검출됐고 트리클로로에틸렌(TCE)도 최고 180배 나왔다. 특히 맹독성 살충제 디디티의 성분인 ‘4, 4-디디디(DDD)’와 ‘4, 4-디디티(DDT)’ 모두 미군의 자체 환경기준의 최고 210배 검출됐다. 디디티는 먹이사슬에 축적돼 암 등을 일으키지만, 지하수에서 검출되는 건 흔치 않아 국내 수질기준은 없다. 임종한 인하대 교수(산업의학)는 “토양 오염이 지하수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 물을 마셨다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삼성물산도 미군의 위탁을 받아 이 일대에서 조사를 벌였지만 디디티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비가 많이 내려 검출 농도가 낮아지는 6월에 시료를 채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기지 주변 지하수가 주민들의 식수로 쓰인 만큼 추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캠프 캐럴의 독신사병숙소 지역에서 화학물질 구덩이가 발견된 사실이 미군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것(<한겨레> 6월28일치 1면)과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미군 쪽에 매립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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