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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민통선 안까지 자전거도로 ‘생태계 유린’

등록 2011-08-29 20:54

강원 양구군 두타연 계곡 상류에서 평화누리길 자전거도로 다리의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생태지평연구소 제공
강원 양구군 두타연 계곡 상류에서 평화누리길 자전거도로 다리의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생태지평연구소 제공
산양 삶터에 폭 11m 포장
열목어 계곡선 흙탕물 공사
정부서 사업비 70% 지원
지자체들 너도나도 추진
“서울서 멀어 수요도 적을것”
지난 27일 찾은 두타연 계곡에선 기슭을 따라 총 연장 7.3㎞의 자전거도로 ‘평화누리길’ 마감공사가 한창이었다. ‘남한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라는 양구군 간판 뒤로 펼쳐진 계곡은 피서객 한 명 없이 조용했다. 민간인 통제선 안이라 사전 출입허가를 받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을 안내한 환경단체인 생태지평연구소는 “양구군은 열목어가 상류로 이동하는 봄철에 자전거도로 다리 공사를 벌였다”며 “흙탕물을 막는 오탁방지막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생태계가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양구군이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에도 열목어 서식 사실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대영 양구군 부군수는 “지뢰 때문에 문헌조사만 하다보니 열목어를 빠뜨렸다”며 “하지만 다리 공사는 열목어가 거의 살지 않는 폭포 상류에서 했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물고기가 폭포 상·하류를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본다. 고명훈 순천향대 어류학실험실 연구원은 “연어과인 열목어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힘(소상력)이 세서, 높이 10m의 폭포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화천군 평화의 댐에서 안동철교 사이 북한강 기슭에도 평화누리길을 닦고 있다. 기존 군사도로 4m에 자전거도로를 덧붙여 11m로 도로를 확·포장하는 공사다. 이날 찾은 공사장 옆 절벽에서 며칠 전 산양이 누고 간 똥을 찾았다. 김동언 생태지평 연구원은 “산양이 물을 마시러 오르내리는 길”이라며 “자동차가 쌩쌩 달리면 겁난 산양은 삶터를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들어 자전거도로는 ‘친환경’을 표방한 역점 건설사업이 되면서 총 길이 1297㎞의 4대강 종단도로를 비롯해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에서도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사업비 70%를 지원하니 지방자치단체는 마다할 리 없다. 지난해부터 경기 파주·연천, 강원 양구·화천 등 7개 구간에서 평화누리길이 놓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사업구간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수요예측조차 하지 않아 사업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동언 연구원은 “과연 서울에서 세 시간이 걸리는 민통선 내 두타연까지 사전 출입허가를 맡고 자전거를 싣고 와 탈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생태계만 훼손하고 찾는 손님은 없는 낭비성 사업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개발연구원도 지난해 9월 ‘민통선 지역의 유네스코 생물권 지역 지정을 위한 타당성 연구’에서 수익 발생이 어렵고 지역 발전과 연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범석 행정안전부 지역발전과장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접경지역 발전과 지역명소 육성 차원에서 사업을 시행 중”이라며 “야생동물 이동통로와 먹이급여대를 설치해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구·화천/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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