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이 강원도 고성군 향로봉에서 평창군 진고개까지 백두대간 119㎞ 구간을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 14종이 서식하고 국내에서 희귀한 아고산대 식생이 발달한 것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고산대 식물인 눈측백 군락지와 북방계 식물인 만병초, 금강초롱꽃. 이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식생 변화로 사라질 위험성이 커서 보존가치가 높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강원도 평창군 진고개에서 고성군 향로봉까지 백두대간 지역에서 멸종위기 14종과 국내에서 희귀한 아고산대 식생이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4일 “강원도 오대산에서 설악산, 향로봉까지 백두대간 119㎞를 따라 생태계 조사를 벌인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4종을 포함해 모두 1360종의 다양한 동식물을 발견했다”며 “이 지역이 국내 생물 다양성의 보고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각각 설악산국립공원 남쪽과 북쪽에 있는 향로봉·대간령과 점봉산·조침령 지역에선 멸종위기종인 구렁이와 매, 둑중개와 한계령풀이 발견됐다. 수달과 참매, 까막딱따구리 등은 조침령과 오대산 진고개 사이에 살고 있었다.
특히 이 지역은 추운 날씨에 적응한 아고산대 식생이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잣나무와 눈향나무, 눈측백 등 아고산대 식물이 주요 군락을 이루었고, 월귤, 솜다리, 등대시호, 만주송이풀, 바람꽃, 금강초롱꽃, 만병초 등 북방계 식물도 흔히 관찰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환경과학원 이중효 연구사는 “따뜻한 곳에 사는 식물이 고도를 높여 자생지를 넓히면, 높은 곳에 사는 식물들은 사라질 위험이 커진다”며 “이 지역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점봉산~조침령 구간에선 발달한 암괴원(부서진 암석 덩어리가 산사면을 덮고 있는 지형)이, 조침령~진고개에선 하식애(하천 침식에 따라 생긴 절벽)와 토르(석탑 모양의 바위 지형)가 눈에 띄는 등 지형학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과학원은 2007년 지리산~속리산 구간을 시작으로 백두대간 정밀 조사에 들어가 올해 전 구간 조사를 마쳤다. 전 구간 보고서는 올해 말께 나올 예정이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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