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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4대강 ‘판박이 생태계’, 물고기종·철새 몰아냈다

등록 2011-09-25 20:28수정 2011-09-25 22:29

4대강, 인공하천으로의 변화와 생태계 영향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수심 비슷한 거대호수화
깊이·흐름 등 특성 없어
생물 다양성 크게 훼손
낙동강 지난해 조사보다
물고기 1년새 26종 줄고
철새도 3분의1이나 감소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바위늪구비. 남한강 최고의 자연습지였던 이곳은 4대강 사업 뒤 인공공원으로 바뀌었다. 드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지고,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단양쑥부쟁이는 광장 구석 울타리 안에 갇혀 산다. 야생에서 살던 단양쑥부쟁이를 옮겨 심은 이른바 ‘대체서식지’다.

전세계에서 남한강에만 서식하는 단양쑥부쟁이는 여름 홍수 때 씨를 날려 번식한다. 충북 단양에서 처음 발견된 뒤 사라졌다가 중류인 여주에서 싹을 틔워 유명해졌다. 여름 홍수와, 물에 잠겼다 나왔다 반복하는 땅이 되살린 것이다. 그럼 잔디광장에서 인위적으로 관리되는 단양쑥부쟁이는 자연적으로 번식할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에 따른 생태계의 근본 문제다.

낙동강 생태계 악화 현황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4대강 하천 생태계의 다양성이 떨어질 거라고 본다. 강 생태계가 획일화되기 때문이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바이오환경과학)는 “원래 우리 강의 특성은 같은 지역에서도 물이 깊은 곳과 얕은 곳, 습지, 둠벙 등이 병존한다는 점”이라며 “생물도 깊은 곳에 사는 종과 얕은 곳에 사는 종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4대강은 16개 보로 막힌 거대한 호수가 되었다. 최소 수심은 4~6m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유속도 느려진다. 여름에 물이 들고 나는 홍수터(둔치와 습지·둠벙)는 잔디광장과 인공습지 그리고 조경수, 관상용 화초가 심어진 공원으로 바뀌었다. 오 교수는 “깊은 물에 사는 물고기와 새로 우점종(생물군집 대표종)이 바뀔 것”이라며 “생물다양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를테면 흰수마자나 꾸구리, 미호종개 등 얕은 물과 여울을 좋아하는 물고기는 붕어나 메기, 배스 등 깊은 물에 사는 물고기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새의 경우도 수면에서 먹이를 얻는 수면성 오리보다 강바닥으로 잠수해 수초에서 먹이를 찾는 잠수성 오리가 유리해진다. 이런 생태계 변화의 징후는 여러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민주노동당 의원들이 19일 펴낸 <낙동강 담수생물상 보고서>를 보면, 올해 홍수기 전후의 낙동강 물고기 종류는 2006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한 조사 때보다 26종이 줄었고, 물벌레 등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은 지난해보다 33종이 줄었다. 보고서는 “준설로 인해 수심이 얕은 연안이 없어져 서식지가 감소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해마다 한국을 찾는 철새들도 마찬가지다. 지난겨울 낙동강 중류 해평습지의 흑두루미는 하루 이틀만 머물고 바로 일본 이즈미로 떠났다. 개체 수도 절반 넘게 줄었다. 삶의 터전이 갑자기 바뀐 탓이다. 흑두루미는 얕은 물에서 긴 부리로 벌레를 쪼아 먹는 철새다. 깊은 강에선 살기 어렵다.


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지난 1~3월 낙동강 하구인 부산시 염막·삼락 둔치의 겨울철새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2009년의 3분의 1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둔치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생기면서 야생동식물의 접근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는 “수달, 족제비, 고라니 등 강변을 이용하던 동물들은 공원으로 조성된 둔치를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곧 행동반경의 축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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