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수치가 주변보다 높다고 신고된 서울 노원구 월계2동의 한 주택가에서 2일 오후 한국원자력기술원 직원들이 현장감마분광분석기로 방사능 오염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월계동 일대, 도로 아스팔트에 폐기물 섞인탓 추정
4월 경주·포항서도 발견…“전국적 조사 들어가야”
4월 경주·포항서도 발견…“전국적 조사 들어가야”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의 한 도로에서 연간 피폭선량 허용 권고치의 10배가 넘는 고농도 방사능이 측정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일 “주민신고로 월계동 주택가 주변 26곳을 검사한 결과, 시간당 최고 1.4마이크로시버트(μ㏜)의 방사능이 측정됐다”며 “검출된 방사성 핵종은 세슘137로 인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휴대용 계측기로 높은 방사능이 측정됐다는 주민신고가 들어오자, 신고지점 주변 26곳의 표면 1m 높이의 대기에서 방사능을 측정했다.
앞서 지난 1일 방사능 안전 관련 시민모임인 ‘차일드 세이브’와 환경운동연합이 이 일대를 조사했을 때에도 정부 측정치보다 약간 높은 시간당 최대 2.5μ㏜가 나왔다. 환경운동연합은 “새로 포장된 도로에서는 정상 수준으로 측정됐지만, 옛 아스팔트가 덮인 바닥과 대기에서는 정상치보다 훨씬 높은 1.284~2.5μ㏜가 나왔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도 “바닥의 오염이 심한 것을 봐선 아스팔트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곳에 깔린 아스팔트 제조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든 슬러지(침전물)가 아스팔트에 섞여 들어갔을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4월 경북 경주와 포항의 아스팔트 도로 3곳에서도 세슘137이 소량 검출된 바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정밀조사 결과를 사흘 뒤쯤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검출된 방사능 농도는 연간 피폭선량 한도를 훨씬 넘을뿐더러,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폐쇄된 소개지역의 최근 농도에 가까운 수치다. 지난 4월 <한겨레>가 체르노빌 사고 25돌을 맞아 현지 취재 과정에서 측정한 소개지역 대기의 방사능 농도는 4~5μ㏜로, 이 정도면 방사능 피폭 관리를 위해 잦은 출입이 제한되는 조처가 내려진다. 월계동 주택가의 방사능 최고 농도 지점에 매일 서 있을 경우를 가정한 연간 피폭선량은 12.3밀리시버트(m㏜)로, 일반인 피폭 한도(1m㏜)의 12배가 넘는다. 또 국가환경방사선 등급 4단계(정상·주의·경고·비상) 중 세번째인 ‘식품 섭취 제한’ 권고가 내려지는 ‘경고’ 수준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인체에 영향이 없을 거라며 주민 경고 등 안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김석철 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비상대책실장은 “매일 1시간씩 1년 동안 누워 있어도 연간 허용 선량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수치로, 주민들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장진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안전과 박사는 “국가환경방사선 등급은 원전 폭발 등 비상사태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번처럼 특정 지역에만 방사능 농도가 높은 ‘핫스팟’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곳에 언제부터 방사성 물질이 존재하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방사능 검출 지점은 100m 떨어진 초등학교의 통학로이기도 하다. 주변 아파트에서 10년을 산 이관신(68)씨는 “언제부터 나온 건지 알 수도 없고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아스팔트에서 1m 떨어진 대기 중에서 검출된 것이기 때문에 도로를 자주 지나다니는 주민들에겐 방사능 노출 관리를 해야 할 농도”라며 “아스팔트 재료로 쓰인 방사성 물질이 다른 곳에 공급되지 않았는지 전국적인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진명선 김효진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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