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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국엔 방사성물질 안온다더니…국정원이 조작

등록 2012-03-08 08:12수정 2012-03-08 10:54

국정원 ‘방사성 물질 발표’ 개입
MB 원전세일즈 탈날까봐? 국정원 ‘일 방사능 경고등’ 껐다
“방사성물질 한반도 안온다” 편서풍론 정략적 이용
‘미량 날아온다’ 환경과학원·KINS 연구결과 입막음
지난해 3월11일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튿날은 하필 이명박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소 기공식 참석을 위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출국하는 날이었다. 청와대는 원전 사고가 난 다음날 순방을 가도 되는지 의견을 구하려고 조석준 기상청장을 공항으로 불렀다. 지난해 5월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조 청장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유입은 없다고 보고해 대통령은 안심하고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정부에서는 이른바 ‘편서풍론’이 확고한 자리를 차지했다. 북반구 중위도 3~12㎞ 상공에서 시속 100~300㎞의 서풍이 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은 한반도로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더라도 일본열도 동쪽인 태평양으로 날아가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정부에서는 지역적인 기압 배치와 기류 움직임에 따른 방사성 물질 유입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점차 금기시됐다.

정부기관 가운데 대기확산에 관한 예측능력이 있는 곳은 기상청,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국립환경과학원 세 곳이다. 이들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각각 대기확산모델을 사용해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상륙 여부를 점쳤다.

기상청은 줄곧 방사성 물질의 한국 영향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은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날아온다는 결과를 얻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이 환경과학원에 전화를 걸어 ‘각 기관의 모델링 결과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고, 환경과학원은 결과를 알려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 뒤 국정원의 대외비 요청에 따라 모델링 결과는 폐기됐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당시 환경과학원은 4월 초 국내에 알려진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의 시뮬레이션과 비슷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 대기연구소는 대기가 기류 흐름에 따라 일본 도쿄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시계 방향으로 한반도 남해안으로 올라오는 결과를 내놓았다. 국내 민간기상연구소인 고려대기환경연구소의 정용승 소장도 6일 “지난해 4월께 두어 차례 일본에서 한반도 쪽으로 기류가 향했다”며 “다행히 침강기류가 발생해 방사능 대부분이 바다 위에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방사성 물질이) 기류에 따라 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전혀 안 온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와 비슷한 결과를 얻었지만 비공개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윤철호 당시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4월4일 기자회견에서 “3월 말 자체 모의실험에서 (한반도 유입이) 예상됐으나 영향이 크지 않아 굳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실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4월 방사능 확산 연구 결과가 국민들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선별 취합됐다고 지적한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오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시적인 지역적 기류 변화로 인한 미량의 도래 가능성마저 배제했다는 것이다. 환경과학원 사례를 보면, 이 과정에서 권력기관이 개입한 흔적도 드러난다.

하지만 당시 한반도에도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비가 내리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비대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운 원전 수출·확대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번질까봐 국정원이 개입한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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