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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이사람] 원전사고 앞에선 일본인도 소수자였다

등록 2012-03-18 19:34

김영숙 재일조선인 화가
김영숙 재일조선인 화가
피난소서 그린 작품 들고 방한
사고뒤 사흘째 고립 뚫고 피신
“보호받지 못한 설움 매한가지”
후쿠시마 재일조선인 화가 김영숙씨

“재일조선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소수자가 어떻게 취급당하는지 잘 알고 있죠.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보여준 것처럼 누구든 소수자가 처하는 위험과 상황에 처할 수 있어요.”

후쿠시마현 출신 재일조선인 화가 김영숙(38·사진)씨가 탈핵311풍자화전 실행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탈핵 311 풍자화전’ 참가를 위해 한국에 왔다. 2008년 후쿠시마 현립 미술관에서 대표작 ‘매일 죽어가는 나를 위한 장례식’을 발표하는 등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씨는 지난 16일 서울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서 1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공포 속에서 혼자 지냈어요. 사고 사흘째에야 겨우 일본 서쪽 니가타로 피난을 갔어요. 하지만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 때문에 아는 사람 중 피난을 간 사람은 한두 명밖에 없었죠.”

김씨가 사는 곳은 원전에서 불과 60㎞ 떨어진 후쿠시마현의 고리야마시. 원전 사고 며칠 뒤, 고리야마 일부 지역은 바람에 날아온 방사성 물질로 인해 원전 주변 지역보다 방사능 농도가 높은 ‘핫스폿’이 됐다. 김씨는 “후쿠시마 주민들은 이제 정부와 언론을 믿지 못하고 어떤 정보가 옳은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하지만 우리 재일조선인들은 예전부터 그런 선택에 익숙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도쿄로 날아가 여름까지 작품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 가져온 작품은 도쿄 피난소에서 제작한 ‘행복을 찾아서’라는 6개 연작이다. “피노키오, 피터 팬 등 동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콜라주처럼 모아 한 폭에 제작했어요. 동화를 통해 인생의 보편적 문제를 알레고리로 표현한 거죠.”

김씨의 작품에선 일본 사회 내 소수자인 재일조선인의 인식과 처지가 담겼다. 그의 대표작 ‘권외인’을 보면, 세 명의 여자는 나무 그늘 아래 보호받지만 한 여자는 그늘 밖에 배제돼 있다. 원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보 분배와 안전 보장 측면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김씨는 생각한다.

그래도 소수자들은 이내 희망을 찾는다. “전국에 사는 동포들이 한두 달에 한 번씩 고리야마의 재일조선인 학교로 와서 운동장의 방사능 오염토를 제거하는 등 제염 작업을 했어요. 지금은 고리야마의 평균 방사능 농도보다 낮아졌죠.”

김씨는 다음 작품에서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을 상대로 의료비 공제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해놓았다. “아직 결정한 건 하나도 없지만 어려운 작품이 되겠죠. 후쿠시마를 극복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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