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꽃사슴
50마리 서식…토종 생태계 위협
국립공원관리공단, 포획 작업
국립공원관리공단, 포획 작업
속리산에는 꽃사슴 50여마리가 살고 있다. 한반도 고유종인 ‘대륙사슴’은 국내에서 멸종했다. 그럼, 이 사슴들의 정체는 뭘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2일 “1980~90년대 사찰의 방생 행사와 자연보호운동을 통해 방사된 ‘대만꽃사슴’(사진)”이라며 “노루, 고라니 등 같은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토종 초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포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에는 대륙사슴과 일본사슴 그리고 대만꽃사슴이 산다. 대륙사슴은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만주 그리고 한반도를 서식권역으로 한다. 하지만 한반도에선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라져, 북한 북부 산림지대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국내 사슴농장들은 녹용 채취 등을 목적으로 대만꽃사슴과 일본사슴을 들여와 기르고 있다. 대만꽃사슴은 몸 길이 110~140㎝로, 토종인 대륙사슴에 비해 덩치가 작고 온몸에 흰 무늬가 뚜렷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시시티브이(CCTV)를 통해 관찰한 결과, 속리산의 대만꽃사슴은 암컷을 중심으로 4~5마리씩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번식기에는 수컷이 찾아와 교미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토종·외래종 관념이 부족해 심지어 자연보호 행사에서 ‘사슴이 뛰노는 꽃동산을 만들자’며 대만꽃사슴을 방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20여마리가 4~5차례 행사를 통해 산속에 들어갔고 이어 주변 사슴농장에서 탈출한 사슴들도 무리에 합류했다. 공단은 이들이 번식해 지금은 50여마리로 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대만꽃사슴이 노루와 고라니보다 환경적응력이 뛰어나 속리산 고유 생태계를 해칠 수 있어 포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2010년부터 17마리를 잡아 사슴농장 등으로 넘겼고, 추가적인 서식지 조사를 위해 한 마리는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해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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