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3월 1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에서 묘기 공연에 출연하고 있는 국제 보호종 남방큰돌고래를 살펴보고 있다. 과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동물복지’ 생소했던 1994년 논문서 ‘동물권’ 질문
보수단체들 ‘구럼비 방사’를 ‘정치쇼’라 공격
남방돌고래 제주도 연안 안쪽 도는 습성 있어
보수단체들 ‘구럼비 방사’를 ‘정치쇼’라 공격
남방돌고래 제주도 연안 안쪽 도는 습성 있어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사 결정을 내린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은 제돌이가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서귀포시 강정읍 구럼비바위에 방사될 것이라며, ‘박원순의 돌고래 정치’이자 ‘즉흥 정치 쇼’라고 비난하고 있다.
과연 돌고래 야생방사는 비전문가 정치인의 ‘포퓰리즘 쇼’일까? 제돌이 야생방사 결정을 주도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1994년 대구지방변호사회가 펴낸 <형평과 정의> 9집에 한 논문을 실었다. 제목은 ‘동물권의 전개와 한국인의 동물 인식’. 이 논문은 공교롭게도 미국 하와이에서 야생방사된 돌고래를 예로 들며 시작한다.
미국 하와이대학 해양생물학연구소에 몰래 들어가 실험용 돌고래 두 마리를 바다에 풀어준다. 두 사람은 이내 재판에 회부된다. “이들은 실험 결과가 돌고래의 죽음일 것이라고 두려워했고 돌고래가 기댈 아무런 법이 없는 것을 알고서 돌고래의 생명을 위해 그들을 놔주었다. 그들은 이로 인해 얻는 이익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절도가 아니며 단지 그 실험실의 상황을 폭로하기 위한 의도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논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는가?”
1990년대는 국내에서 ‘동물권’이나 ‘동물복지’라는 말이 생소했던 것은 물론 동물보호운동이 본격화되지 않았을 때다. 당시 변호사였던 박 시장이 당시 이 논문을 쓴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뒤 박 시장의 논문은 동물보호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옮겨지는 등 활동가들에게 읽히며 하나의 ‘교양’이 되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김효진 이사는 26일 “(박 시장은) 동물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은 분”이라며 “2006년 카라의 첫 명예이사를 맡아 서울시장이 되기까지 활동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논문은 외국의 동물권 논의와 이에 관련한 국내 움직임을 다뤘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영국 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와 미국의 ‘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위한 사람들’(PETA)의 설립과 동물보호운동의 성장, 철학자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 등 학문적 발전, 각국의 동물학대방지법의 제정 역사를 살폈다.
특히 보신탕이 ‘민족문화’로 여겨지며 다른 목소리가 힘들었던 당시 박 시장은 “(보신탕 옹호 논리는) 개의 도살 방법과 조리법의 잔혹성을 옹호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국내에선 1991년에야 제정된 동물보호법에 대해서는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며 “국제적 압력에 밀려 이 법을 제정했지만 강력하게 실행할 아무런 의지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박 시장의 논문을 보면, 2012년 제돌이의 야생방사는 예전부터 가꾸어온 박 시장의 동물권과 동물복지의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된 것으로 여겨진다. 박 시장은 지난 12일 야생방사를 발표하면서 “제돌이가 제주도 한라산 구럼비 앞바다에서 마음 놓고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이는 동물 한 마리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과 사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정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아직도 제돌이가 구럼비바위에 방사된다며 잘못된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한 사내인사는 칼럼에서 “박 시장은 ‘돌고래 구럼비 방사’를 포기해야 한다. 돌고래를 풀어주기에 적합한 장소는 학자들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야생방사지로 구럼비바위를 확정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 뒤에도 이런 기사가 나오는 건 악의적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 안쪽 1㎞를 빙빙 도는 습성이 있다. 제주항에 야생방사를 하든, 성산일출봉에 야생방사를 하든 ‘구럼비 앞바다에서 헤엄치게’ 돼 있다. 박 시장의 말은 그것을 뜻한다.
박 시장은 논문 끝머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동물에 대한 배려는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외경이다. 존귀한 생명임에 다름이 없는 동물에 대한 잔혹한 대우는 같은 생명인 인간에 대한 동일한 인식으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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