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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동물쇼는 잘못된 소유욕 부추겨”

등록 2012-05-04 20:14수정 2012-10-17 17:07

[토요판] 커버스토리 교육적 효과 따져보니
동물쇼는 교육적일까?

폭력적인 방법으로 쇼를 배운 동물들이 야생에서와 달리 풀이 죽은 채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는 것을 볼 때 사람은 동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갖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마크 롤랜즈가 쓴 책 <동물의 역습>에는 동물원의 동물을 본 미국인들이 동물을 표현한 용어가 ‘귀여운, 웃기게 생긴, 게으른, 불결한, 무섭게 생긴, 이상한 따위’ 등 인간적인 관점에 그친다는 연구가 실렸다. 1989년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자 스티븐 켈러트의 연구를 보면, 철창 우리 같은 무시무시한 수용시설에 갇힌 동물을 본 관람객들의 동물에 대한 무관심과 공포심이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항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동물쇼는 사람이 동물을 길들여 애완동물처럼 삼아도 된다는 잘못된 소유욕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동물쇼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충실히 전달하고 있을까? 국제환경단체인 ‘고래와 돌고래 보존협회’(WDCS)는 <2011 유럽연합 돌고래 수족관 보고서>에서 유럽연합 내 18개의 돌고래쇼장의 공연 내용을 분석했다. 하지만 교육용이라고 포장을 두른 돌고래쇼는 전혀 교육적이지 않았다. 조사 대상의 70%는 돌고래의 신체부위를 설명했지만, 멸종위험도를 알려준 쇼는 하나도 없었다. △돌고래의 종 △임신과 출산 △사회생활 양태 등도 설명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야생방사하기로 한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은 잠정 중단 뒤 새로 시작한 생태설명회가 “변형된 돌고래쇼”라는 비판(<한겨레> 4월23일치 11면)이 일자, 최근 내용을 바꾸었다. 서울대공원은 배를 내보이며 조련사와 헤엄치는 동작 등 야생에서 벌어지지 않는 행동을 없앤 대신 새끼 출산과 초음파로 길을 찾는 습성 등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을 참조해 잠정 중단한 돌고래쇼 재개 여부를 다음주 결정한다.

그럼 다른 동물쇼는 동물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담아내고 있을까? 지난달 27일 경기도 고양시 주주동물원에서 오랑우탄 ‘오랑이’를 데리고 쇼를 진행하던 조련사는 “네이버를 치면 오랑우탄에 대한 정보가 다 나오니 생략하겠어요. 오랑우탄의 힘이 얼마나 센지는 인터넷에 안 나오니까 보여줄게요.”라며 오랑이랑 대걸레를 잡고 힘겨루기를 했다. 제주의 코끼리쇼장에서는 공연 시작 전 코끼리들의 몸무게가 6t이며, 몸무게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건초를 먹는다는 설명이 짧게 나왔다. 어린이대공원, 퍼시픽랜드, 제주 휴애리 등 다른 동물쇼장들도 공연하는 동물에 대해 교육이라고 할 만한 내용을 전혀 전달하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보통 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고 동물을 한번 만져볼 뿐이었다.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주주동물원의 ‘우탄이’ 우리 앞에도 우탄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 오랑우탄이 말레이시아어로 ‘숲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먹이를 먹기 위해 온종일 나무를 타는 동물이라는 점도 소개되지 않았다. “먹이를 주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이 전부였다. 서울 가양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김종혁(7)군이 우탄이 우리 앞에서 말했다 “쟤 뭐야, 고릴라야? 갇혀 있는 거 보니 슬퍼.” 좀더 어린 서너살 된 몇몇 어린이들은 우탄이 우리 가까이에 가지 못하고 뒷걸음질쳤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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