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습한 공기·북쪽 찬 공기 만나
강한 비구름대 만들어 물난리 위험
일 강수량 최고기록 절반이 8월에
강한 비구름대 만들어 물난리 위험
일 강수량 최고기록 절반이 8월에
한달 동안 우리나라를 덮어 폭염을 일으킨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면서 형성된 기압골로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큰 비 피해가 이 시기 유사한 기상 상황에서 일어나 안전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15일 “한반도 상공에 머물던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으로 내려가 우리나라가 고기압 가장자리에 든 상태에서, 남서풍이 불어 태풍 제13호 ‘카이탁’이 밀어올리는 습한 공기가 한반도에 유입되고 북쪽에서는 5㎞ 상층에 영하 10도의 찬 공기가 내려와 강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런 모양의 기압계에서는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서해에서는 가습기로 수증기를 뿜어 올리고, 북쪽에서는 에어컨으로 찬 바람을 내려보내 비를 만드는 모양새다.
이날 경기도 문산에는 시간당 최고 61㎜의 비가 집중돼 2001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로 많은 226㎜(오후 8시 현재)의 비가 내렸다. 서울에도 136.5㎜의 비가 내렸다.
이현규 기상청 대변인실 주무관은 “늦여름과 초가을에 생기는 기류 변화는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뿌리는 특성 때문에 사전 대비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908년 기상 관측 이래 전국 92개 지점의 일 강수량 최다 기록 시기를 보면, 22% 지점만이 장마기간인 6월 후반기부터 7월 전반기이고, 절반 가까이(45%)가 8월에 집중돼 있다. 1시간 최고 강수량 기록도 19% 지점만 장마기간에 들어 있고, 절반(52%)이 넘는 지점은 8월에 나왔다.
집중호우가 좁은 지역에 쏠리는 경향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시간강 30㎜ 이상 강수 일수는 80·90년대 각각 71·73일이었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는 93일로 크게 증가했다.
이번 비는 16일 새벽 북쪽에서부터 그치기 시작해 중부지방은 오후 늦게 대부분 그치고, 남부지방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17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충청 이남 지방과 강원 영동에 비가 오고, 18~19일, 21일에는 중북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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