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이 지난 6월1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제주 해군기지와 4대강 사업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지지하는 태도를 취한 세계자연보전연맹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환경분야 최대의 국제회의로 꼽혀
정부 ‘녹색성장 선도국’ 홍보 활용
환경단체, 4대강등 실상 폭로 별러
처음으로 총회장 주변 집회 열릴듯
정부 ‘녹색성장 선도국’ 홍보 활용
환경단체, 4대강등 실상 폭로 별러
처음으로 총회장 주변 집회 열릴듯
국제사회에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홍보하고 한국을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인가, 정부의 홍보에 설득돼 4대강 사업까지도 환경친화적 사업으로 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것인가.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환경단체들이 이번 행사 기간에 국제사회에 4대강 사업과 원전 확대를 포함한 녹색성장 정책의 반환경적 실상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벼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에서 다음달 6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는 환경분야 최대의 국제회의로 꼽힌다. 총회를 주최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유엔 총회 공식 옵서버 자격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세계 환경단체를 사실상 대표해온 조직이다. 정부 기관까지도 회원으로 두고, 국제기구에 환경 관련 평가자료를 제공하거나 멸종위기 동식물 리스트를 발표하고 자연환경 관련 국제협약들을 주도하며 국제 환경문제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자연보전연맹의 권위와 4년마다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국내 환경단체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원회(위원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총회 개막 365일 전, 200일 전, 100일 전 기념행사까지 잇따라 열며 행사 준비에 정성을 쏟아왔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참여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자, 지난 6월부터는 1일 6만원씩의 등록비까지 지원해주기로 하고 국내 예비 참가자를 끌어모았다.
정부는 기후변화회의나 리우지속가능발전회의 등 환경 관련 주요 국제회의를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 정책을 홍보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왔다. 이번 자연보전총회도 마찬가지다. 총회 조직위원회는 행사 소개자료에서 ‘녹색성장 관련 환경정책을 알려 환경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을 행사 개최의 첫번째 기대 효과로 제시해,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을 앞세워 총회에서 녹색성장을 글로벌 의제로 제시해 우리나라를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인식시키는 것을 겨냥한 발의안도 제출해 놓았다. 세계 환경단체들이 참가하는 자연보전총회에서 이 발의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4대강 사업과 원전 확대라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녹색성장을 선전할 좋은 홍보 수단을 손에 쥐는 셈이 된다.
환경단체 생태지평연구소의 명호 사무처장은 “정부는 녹색성장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이번 총회 성공의 사활을 걸고 있다”며 “170개가 넘는 발의안을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통과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총회장 안팎에서 정부 녹색성장 정책의 실상을 적극 알려 결의안 통과를 막을 계획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자연보전연맹 쥘리아 마르통르페브르 사무총장은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보전연맹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기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법은 물론 국제협약들도 준수했다고 믿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추가 정보원으로 정부의 해군기지 홍보 웹페이지를 링크해놓았다. 자연보전연맹이 환경단체들보다 정부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연보전연맹이 해군기지가 들어설 제주 강정마을의 총회장 전시부스 설치 신청을 한 달 반이 넘도록 미루고 있는 것도 환경단체들은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명호 사무처장은 “자연보전연맹이 해군기지 논란과 관련해 환경단체들한텐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연맹이 해당 국가의 정부와 기업 후원을 받아 행사를 개최하다 보니 해당 국가의 현안에 대해서 너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총회 개막까지 남은 2주 동안 자연보전연맹에 대한 국내 환경단체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번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는 총회장 주변에서 자연보전연맹을 규탄하는 집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기록을 깨는 첫 총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넉달만에 명소가 된 봉하막걸리 ‘바보주막’
■ 강남 안마업소 ‘슈퍼맨’, ‘골드’로 귀환
■ ‘독재자의 딸’ 대권에 다가서다
■ 도올 “안철수 현상, 고난에 빠진 민중이 내는 처절한 소리”
■ 버럭 화내는 천재 괴짜? 아스퍼거 증후군일수도
■ 코란 훼손 이유로…11살 다운증후군 소녀에 덧씌운 ‘신성 모독’
■ [화보] 일장기에 새긴 일제 강제동원 자료
| |
■ 넉달만에 명소가 된 봉하막걸리 ‘바보주막’
■ 강남 안마업소 ‘슈퍼맨’, ‘골드’로 귀환
■ ‘독재자의 딸’ 대권에 다가서다
■ 도올 “안철수 현상, 고난에 빠진 민중이 내는 처절한 소리”
■ 버럭 화내는 천재 괴짜? 아스퍼거 증후군일수도
■ 코란 훼손 이유로…11살 다운증후군 소녀에 덧씌운 ‘신성 모독’
■ [화보] 일장기에 새긴 일제 강제동원 자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