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물개혁포럼과 한국수자원학회, 대한상하수도학회, 한국농공학회, 대한하천학회, 한국환경회의 등이 ‘차기 정부에 제안하는 물관리 정책 방향’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학계 등 ‘차기정부 물정책’ 토론회
“국토부-환경부로 나뉜 관리체계
수질 악화 따라 환경 중심 통합을”
4대강 사업 철저 평가가 출발점
시민·지자체 중심 물정책 주문도
“국토부-환경부로 나뉜 관리체계
수질 악화 따라 환경 중심 통합을”
4대강 사업 철저 평가가 출발점
시민·지자체 중심 물정책 주문도
4대강 사업은 4대강의 물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4대강 본류는 여울과 모래톱 등 자연스런 하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최소 수심 4~6미터의 거대한 수로가 됐다. 16개의 보로 강을 막아 8억톤의 수자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하지만, 그 대가로 수질 악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강물의 흐름이 10배 이상 느려지면서 같은 기상 조건에서 조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 4대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물 관련 학계와 연구기관의 많은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이미 극적으로 변해버린 4대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가 물관리정책의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물개혁포럼, 한국수자원학회, 대한상하수도학회, 대한하천학회, 한국환경회의 등이 ‘차기 정부에 제안하는 물관리 정책 방향’을 주제로 지난 24일 국회도서관에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물관리정책 개편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학계와 환경단체 등의 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물개혁포럼의 최동진 상임대표(국토환경연구소 소장)는 “물관리체계 개편이 안 되고는 4대강 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결과 대안 마련도 어려울 것이다. 차기 정부 물관리정책의 가장 우선 순위는 물관리체계의 개편이 돼야 한다. 방식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개발부처와 환경부처로 나뉘어 있는 물관리가 어떤 형태로든 통합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의 수량 관리와 환경부의 수질 관리로 이원화된 물관리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정부 조직개편 때마다 단골로 떠오른 논쟁거리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이런 팽팽한 논쟁 구도에도 변화를 일으킬 조짐이다. 국토부가 주도한 4대강 사업이 4대강의 물환경을 완전히 바꿔 놓아, 역설적으로 환경부의 수질관리 중심 물관리 통합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에서 수량 확보는 감사원이 과다하다고 지적했을 정도까지 이뤄진 상태다. 국토부 스스로도 4대강 사업을 통해 물부족과 홍수 위협에 대한 대비는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수질은 감사원이 지적한 보에 따른 강물 흐름 정체효과뿐 아니라 4대강 주변의 개발과 비점오염원 증가 등으로 지속적으로 악화될 우려가 높다. 지난해 4대강을 뒤덮은 녹조사태를 계기로 대중의 관심도 수량보다는 수질에 쏠려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최지용 선임연구위원은 “4대강 사업으로 수량과 치수 쪽은 200년 빈도로 컨트롤됐지만 수질과 수생태계는 계속 악화될 것이므로 앞으로 물관리는 수질 관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 이제 4대강 수질은 수량에 결정적으로 좌우되게 됐기 때문에 수질 쪽에서 수량을 관리하지 못하면 4대강 관리는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수량 관리 중심의 물관리 통합을 주장해온 윤용남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수량 확보가 어느 정도 됐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수질 관리의 기본은 오염원 차단이어야지 수량으로 희석해서 수질을 관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환경부는 오염원을 차단하고 수질기준을 정해주고 감시를 하는 쪽으로 나가야 된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키운 물그릇을 수질 관리에 활용한다는 개념은 윤 교수가 전문가 자문단으로 참여한 국토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평가 요구는 더 이상 환경단체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물 관련 학계와 연구기관의 여러 원로급 전문가들도 물관리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승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물관리 투자인 4대강 사업으로 우리나라의 물관리 경영환경은 통째로 바뀌어 물관리 방향을 재설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4대강 사업 평가가 물관리 방향을 재설정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4대강을 포함한 수자원 평가를 위한 조직 설치를 제안해 많은 토론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한국수자원학회장을 지낸 지홍기 영남대 교수도 “4대강 사업의 용수 확보, 홍수조절 효과가 실제 가능한 것인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새로운 물관리정책을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4대강 사업을 평가해 새로운 물관리정책을 수립하는 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대강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내내 이어졌다. 또 중수도를 통한 물 절약과 물의 재이용 촉진, 농경지와 저류시설 등을 활용한 홍수 방어, 물관리 철학과 하천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활발하게 제기돼, 방청객들로부터 4대강 사업 확정 이전에 이런 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제기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철저히 평가해 책임 있는 분들은 정책에서 당분간 배제하고, 앞으로 물관리정책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지자체와 시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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