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사진 왼쪽)·이순형 경사가 지난 15일 부산 남외항에서 충돌 사고로 기름이 유출된 선박의 유출 부위를 나무 쐐기 등으로 틀어막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청 제공
“화물선에 난 구멍을 빨리 막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해경 특수구조단 대원들이 부산 앞바다에서 기름이 유출된 화물선에서 줄 하나에 의지한 채 기름이 새고 있는 구멍을 틀어막아 해양 오염피해를 줄였다.
지난 15일 오후 2시20분께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남서쪽으로 6㎞ 떨어진 남외항 선박 묘박지(닻을 내리는 곳)에서 라이베리아 국적 8만8000t급 화물선 ‘캡틴 방글리스호’와 이 배에 기름을 공급하던 460t급 유류공급선 ‘그린플러스호’가 충돌해 화물선 왼쪽 연료탱크 주변에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구멍이 났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소속의 신승용(42) 경사는 비번으로 집에서 쉬고 있다가 해경의 출동 호출을 받고 사고 현장으로 내달렸다. 신 경사는 동료인 이순형(36) 경사와 함께 사고 발생 1시간40분 만인 오후 4시께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직후 유류공급선은 밸브를 잠그고 화물선도 수평탱크를 이용해 구멍난 선체 반대쪽으로 배를 기울였으나 뚫린 구멍에서 기름이 계속 흘러나왔다.
“화물선 왼쪽 선체에 난 구멍에서 벙커시유와 유증기가 같이 분출되고 있었습니다. 긴박한 상황이어서 위험하다는 생각보단 해양 오염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들은 기름 유출을 막기 위해 화물선 위 갑판에서 내린 줄을 잡고 구멍이 난 부위로 내려갔다. 뿜어져 나오는 기름과 유증기를 맞으며 원뿔 모양의 나무 쐐기와 부직포 형태의 기름 흡착제로 구멍을 틀어막으려고 했으나 거친 파도 때문에 줄이 계속 흔들려 중심 잡기도 힘들었다.
줄에 매달린 신 경사와 이 경사는 뿜어져 나오는 기름을 뒤집어 쓴 채 서로 의지하면서 사투를 벌여 작업 2시간여 만인 저녁 6시19분께 화물선에 난 구멍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신 경사는 “기름을 뒤집어 써 얼굴이 조금 붓고 눈이 따갑지만 다른 후유증은 없다.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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