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소나무 에이즈’ 비상-소나무 재선충 발생지역
재선충병 무열왕릉 등 문화재에 바짝 접근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이 경주 태종무열왕릉 인근 야산까지 번졌다.
경북도는 최근 경주시 서악동 야산의 말라죽은 소나무를 정밀 검정한 결과 이른바 ‘소나무 에이즈’로 부르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재선충병은 일단 감염되면 1년 안에 나무가 100% 말라 죽는데다 아직까지 치료약도 나오지 않아 소나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현재 피해 소나무는 1㏊에 20여 그루이지만 재선충병의 전염성을 감안할 때 경주지역의 중요 문화재와 사적지 주변에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에도 재선충병이 번질 우려가 높다. 이번에 재선충병이 발생한 지역은 태종무열왕릉과는 불과 400∼500m, 김유신 장군 묘와는 2∼3km,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주 남산과는 불과 4∼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경주에는 지난해 12월 양남면 수렴리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나타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피해 면적이 4.7㏊로 늘어나는 등 확산 추세에 있다.
이에 대해 경주문화재연구소 윤근일 소장은 “경주의 소나무는 문화재의 배경일 뿐 아니라 경주의 상징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재”라며 “신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재선충병은 겨울이 돼 병을 옮기는 솔수염 하늘소의 유충이 나무껍질 속에서 월동을 할 때 감염 우려가 있는 나무를 모두 잘라 소각·훈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처 방법”이라며 “그때까지 감염지역 출입통제 등 확산을 막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북에서는 2001년 구미에 처음 발생한 뒤 칠곡, 포항, 경주, 청도, 안동, 영천, 경산 등 도내 전역으로 번져 산림 피해 면적만 지금까지 1143㏊에 이르고 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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