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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덴버처럼 반납은 못 해도 ‘투런 규정’ 모색할 수는 없나

등록 2014-10-24 20:38수정 2014-10-26 14:01

알파인 스키장 예정 부지가 있는 가리왕산엔 벌목으로 세 갈래 길이 뚫리고 있다. 폭 30~40m 이상의 넓은 슬로프용 길이 닦이는 중이고, 슬로프를 우회해 하봉과 중봉 사이 지점에 도달하는 또 하나의 길에는 곤돌라가 놓일 예정이다. 포클레인과 트럭 등 공사차량이 오가는 길을 내기 위해서도 수많은 나무들이 잘려 나갔다. 사진은 최현명(왼쪽)씨, 윤형중(오른쪽) 기자가 슬로프 부지를 따라 하봉 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알파인 스키장 예정 부지가 있는 가리왕산엔 벌목으로 세 갈래 길이 뚫리고 있다. 폭 30~40m 이상의 넓은 슬로프용 길이 닦이는 중이고, 슬로프를 우회해 하봉과 중봉 사이 지점에 도달하는 또 하나의 길에는 곤돌라가 놓일 예정이다. 포클레인과 트럭 등 공사차량이 오가는 길을 내기 위해서도 수많은 나무들이 잘려 나갔다. 사진은 최현명(왼쪽)씨, 윤형중(오른쪽) 기자가 슬로프 부지를 따라 하봉 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토요판] 커버스토리 / 야생동식물 찾아 가리왕산 2박3일
자연 파괴의 주범, 알파인스키장
겨울올림픽마다 자연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는 종목이 있다. 다름 아닌 알파인스키(alpine sking)다.

알파인스키의 유래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다. 바로 유럽의 알프스 산악 지역이다. 알프스는 최고봉 몽블랑이 해발 4807m에 이르고, 평균 해발고도가 2500m다. 고도가 높은 산악 지형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겨울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운동 종목이 요구하는 경기장을 갖추려면 각국에서도 손꼽히는 자연보호지역을 훼손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리왕산에서 벌어졌던 논란은 올림픽마다 되풀이된 셈이다.

에니와 공원 가문비나무 죽인
1972년 일본 홋카이도 올림픽
알파인의 자연파괴 대표적 사례
350~450m 경기장 두번 타는
투런규정 적용 정말 불가한가

로키산맥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우려한 덴버시에선 유치권 반납
나가노올림픽조직위도
유치권 반납할 뻔하다 타협
소치는 곰·산양 서식지 파괴

알파인 스키장 건립으로 자연이 파괴된 대표적인 사례는 1972년 일본 홋카이도 겨울올림픽이다. 당시 올림픽조직위원회는 기존 스키장이 있던 데이네 리조트에서 알파인스키 경기를 열고자 했다. 하지만 국제스키연맹(FIS)이 국제 규격에 미흡하다는 의견을 내자, 협의 끝에 올림픽 이후 복원을 전제로 국립공원이 있던 에니와에 경기장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국립공원은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환경단체 ‘우이령사람들’의 이병천 회장은 “에니와 국립공원의 경우 보존 가치가 높은 가문비나무 숲을 벌목했고, 제설용 소형 댐을 지었다. 설질을 유지하기 위해 화학물질까지 이용해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결국 에니와 국립공원에 살던 가문비나무(학명 Picea jezoensis)를 되살릴 수가 없어 사할린섬에서 가져온 사할린가문비(학명 Picea glehnii)로 숲을 채워야 했다. 자연 복원이 아닌 조림을 택한 것이다.

홋카이도에서의 자연 파괴는 여러 영향을 미쳤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곳은 바로 다음 올림픽 개최 예정지였던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였다. 알파인 스키장 예정지인 로키산맥의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때마침 오일쇼크로 경제상황도 어려워졌다. 결국 덴버 시장이 주민투표를 제안했고, 투표 결과 올림픽 유치권을 반납했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은 26년 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노력했다. 올림픽조직위는 새로 스키장을 만들지 않고 기존 핫포오네 스키장을 다시 쓰기로 했다. 국제스키연맹은 핫포오네 스키장 출발점의 고도를 해발 1680m에서 1800m로 높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나가노올림픽조직위는 고산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갈등은 점점 깊어졌다. 국제스키연맹은 올림픽을 철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나가노올림픽조직위는 유치권 반납 위기까지 몰렸다. 결국 양쪽은 한발씩 물러서 출발지점 고도를 85m만 올려 해발 1765m 지점에 만드는 타협안을 도출했다.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은 벌써부터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심각하게 파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치 겨울올림픽의 알파인스키, 스키점프 경기장은 24만3000㎡에 이르는 방대한 크기로 소치국립공원 안에 세워졌다. 경기장은 곰과 야생산양이 살던 서식지를 파괴했고, 경기장 주변 도로와 철도 건설로 흑해 내 희귀종 연어가 멸종위기에 처했다.

알파인 스키장 건립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에서도 반복됐다. 2011년 7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마자 알파인 스키장 예정지가 졸속으로 결정됐다는 지적이 뒤따랐고,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스스로 나서서 강원도 상원산, 만항재, 두위봉 등의 대안 부지를 조사, 제안했다. 대안 부지는 국제스키연맹이 제시한 알파인 스키장의 기본 규격인 ‘표고차 800m 이상, 평균 경사도 17도 이상, 슬로프 길이 3000m 이상’을 충족했지만, 경사가 일정하지 않거나 슬로프의 일부가 남서 사면에 있다는 이유로 결국 배제됐다. 산림청이 발족한 ‘대안 부지 검토 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김휘중 강원대 교수는 “겨우 2~3일 동안 대안을 검토하고 결론을 내리는 등 제대로 된 검토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가리왕산을 지키려는 환경단체는 국제스키연맹의 규정집에서 ‘투런(2-Run) 규정’을 들어 대안 부지를 물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투런 규정이란 알파인스키 대회 개최국의 지형 여건상 800m 이상의 경기장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350~450m의 경기장을 두번 내려와 기록을 합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병천 회장은 “국제스키연맹 홈페이지에서 직접 해당 규정을 찾았고,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해당 규정을 적용해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투런 규정이 국내에서 논란이 되자, 평창올림픽조직위는 지난 7일 “국제스키연맹이 투런 규정은 올림픽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고 발표했다.

조직위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여전하다. 정규석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국제스키연맹의 규정집을 분석한 결과 투런 규정이 모든 대회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고 나와 있어 올림픽조직위가 발표한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설사 국제스키연맹의 입장이 확실하다고 해도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제스키연맹의 규정집에는 예외적 경우(exceptional cases) 표고차 750m도 가능하다는 표현이 있다. 정 국장은 “규정집 어디에도 750m 규정의 구체적인 적용 예가 명기되지 않았는데도, 강원도는 천재지변, 기상악화 등 응급상황을 위한 규정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한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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