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의 친환경상품 매장을 찾은 주부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부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 설치된 친환경상품 매장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2000개가 넘는 친환경 인증 상품 가운데 극히 일부여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기 쉽지 않다.
가까이하기엔 먼 친환경 제품
불편 강요 않는 편한 ‘친환경’ 오고 있지만…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물과 공기 오염 등의 근본 원인을 찾아가다 보면 맨 마지막엔 결국 ‘소비자’라는 이름을 만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소비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는 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비용 부담이 크거나 불편하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한테 친환경적 생활은 아무나 하기 힘든 특별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그러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를 살 형편이 안 되고, 전기제품의 전원을 끈 뒤에 매번 플러그를 뽑는 불편함도 싫은 사람은 친환경적으로 살기를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약간의 초기 비용만 감수하면 번거롭지 않고 장기적으론 돈까지 아끼면서 환경도 지킬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환경도 좋지만 번거로움 싫은 사람들
지구 살리기 실천 못해 미안하세요?
누르면 빠지는 콘센트 등 간편제품도
소비자 만나기 힘든 친환경 제품들에
‘녹색장터’ 같은 온라인 판매 지원을 대개 바닥이나 구석진 곳에 놓여 있는 콘센트에 꽉 끼워져 있는 플러그를 잡아 뽑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한테는 ‘클릭탭’이라는 콘센트가 있다. 이 제품은 콘센트 안에 스프링을 설치해 플러그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살짝 누르면 빠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빠진 뒤에도 플러그가 콘센트에 붙어 있어 나중에 연결하려면 다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플러그를 누르는 것도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전기제품의 사용 상태를 감지해 사용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전원 공급을 차단하거나 무선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콘센트도 나와 있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의 서울시 지원 녹색기업 부스에는 콘센트에 끼워놓기만 해도 주변 전기제품 내부의 전력 품질을 개선해 전력 소비량을 10%가량 줄여주는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 상품도 전시됐다. 지구 온난화를 늦추려면 화석에너지로 데우는 온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매일 세차게 쏟아지는 온수로 샤워를 하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해 가끔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꼭 적합한 제품이 있다. 친환경대전에는 샤워헤드 안으로 물이 지나갈 때 빨려들어간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분출되는 물살의 굵기와 강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나오는 물의 양은 40%가량 줄여주는 제품도 전시됐다. 이밖에 연꽃잎 원리를 이용해 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소변기, 가정용 전기요금을 월 최대 1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게 해주는 베란다용 소형 태양광발전기 제품들, 주방세제나 샴푸병 등에서 내용물이 분출되는 양을 조절해 실수로 세게 눌러도 일정량만 내보내 수질오염을 줄여주는 펌프 디스펜서, 집안에서 사이클링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저장했다가 선풍기를 돌리거나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한 운동기구 등 다양한 상품이나 시작품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반 소비자들에 문 닫아 건 온라인 장터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친환경대전을 구경갔던 친구한테서 물살 세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물 사용량을 절반 가까이 줄여준다는 친환경 샤워헤드를 샀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주부. 샤워기만 틀면 잠글 줄 모르는 두 아들한테 꼭 필요한 상품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주부는 어떻게 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까? 평소 다니던 대형마트의 욕실 제품 판매 코너로 이런 상품을 찾아 나선다면 헛걸음이다. 대형마트에는 일반형보다 두세배가량 비싼 이 상품이 들어와 있지 않다. 이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한국수도관리㈜ 박대식 과장은 “대형마트에는 요구하는 납품가를 맞추기 어려워 들어가지 못하고, 국외 수출과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대량 소비처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친환경상품 코너를 별도로 설치하거나 친환경상품을 일반 상품과 함께 진열해 팔고 있지만, 이런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친환경상품은 1955개 업체에서 생산하는 1만2334개 환경마크 인증 제품과 188개 업체의 228개 우수재활용(GR) 인증 제품의 극히 일부다. 온라인에서 찾아보기로 하고 국내 대표적 포털인 네이버에서 ‘절수형 샤워헤드’로 검색하면 무려 6409개, ‘친환경 샤워헤드’로 검색하니 140개의 상품이 뜬다. 제각기 환경과 건강에 좋다고 홍보하는 수많은 상품들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실제 친환경 인증 제품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가장 믿을 만한 곳은 환경부 환경산업기술원의 녹색제품정보시스템(www.greenproduct.go.kr/app/Migp0010.do)이다. 여기에선 국내에서 인증받은 모든 환경마크 제품과 우수재활용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바로구매’를 클릭하면 환경산업기술원이 민간 사업자에 위탁 운영하는 친환경상품 전문 쇼핑몰인 녹색장터로 연결된다. 하지만 녹색장터의 이용자는 공공기관과 기업회원으로 한정돼 로그인 단계에서 가로막히고 만다. 결국 일반 소비자는 다시 녹색제품정보시스템에서 제조회사의 연락처를 확인해 직접 접촉할 수밖에 없다. 24일 전시회에서 만난 자동절전 멀티탭 제조업체 스마트애드인㈜ 서돈식 대표는 “회사에서 별도의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기도 번거롭고 그렇게 해서는 소비자들이 찾기도 어렵다”며 “관련 기관에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녹색장터와 같은 일반 소비자 상대의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주거나 녹색장터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친환경상품 보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지구 살리기 실천 못해 미안하세요?
누르면 빠지는 콘센트 등 간편제품도
소비자 만나기 힘든 친환경 제품들에
‘녹색장터’ 같은 온라인 판매 지원을 대개 바닥이나 구석진 곳에 놓여 있는 콘센트에 꽉 끼워져 있는 플러그를 잡아 뽑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한테는 ‘클릭탭’이라는 콘센트가 있다. 이 제품은 콘센트 안에 스프링을 설치해 플러그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살짝 누르면 빠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빠진 뒤에도 플러그가 콘센트에 붙어 있어 나중에 연결하려면 다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플러그를 누르는 것도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전기제품의 사용 상태를 감지해 사용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전원 공급을 차단하거나 무선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콘센트도 나와 있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의 서울시 지원 녹색기업 부스에는 콘센트에 끼워놓기만 해도 주변 전기제품 내부의 전력 품질을 개선해 전력 소비량을 10%가량 줄여주는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 상품도 전시됐다. 지구 온난화를 늦추려면 화석에너지로 데우는 온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매일 세차게 쏟아지는 온수로 샤워를 하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해 가끔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꼭 적합한 제품이 있다. 친환경대전에는 샤워헤드 안으로 물이 지나갈 때 빨려들어간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분출되는 물살의 굵기와 강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나오는 물의 양은 40%가량 줄여주는 제품도 전시됐다. 이밖에 연꽃잎 원리를 이용해 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소변기, 가정용 전기요금을 월 최대 1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게 해주는 베란다용 소형 태양광발전기 제품들, 주방세제나 샴푸병 등에서 내용물이 분출되는 양을 조절해 실수로 세게 눌러도 일정량만 내보내 수질오염을 줄여주는 펌프 디스펜서, 집안에서 사이클링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저장했다가 선풍기를 돌리거나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한 운동기구 등 다양한 상품이나 시작품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반 소비자들에 문 닫아 건 온라인 장터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친환경대전을 구경갔던 친구한테서 물살 세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물 사용량을 절반 가까이 줄여준다는 친환경 샤워헤드를 샀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주부. 샤워기만 틀면 잠글 줄 모르는 두 아들한테 꼭 필요한 상품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주부는 어떻게 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까? 평소 다니던 대형마트의 욕실 제품 판매 코너로 이런 상품을 찾아 나선다면 헛걸음이다. 대형마트에는 일반형보다 두세배가량 비싼 이 상품이 들어와 있지 않다. 이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한국수도관리㈜ 박대식 과장은 “대형마트에는 요구하는 납품가를 맞추기 어려워 들어가지 못하고, 국외 수출과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대량 소비처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친환경상품 코너를 별도로 설치하거나 친환경상품을 일반 상품과 함께 진열해 팔고 있지만, 이런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친환경상품은 1955개 업체에서 생산하는 1만2334개 환경마크 인증 제품과 188개 업체의 228개 우수재활용(GR) 인증 제품의 극히 일부다. 온라인에서 찾아보기로 하고 국내 대표적 포털인 네이버에서 ‘절수형 샤워헤드’로 검색하면 무려 6409개, ‘친환경 샤워헤드’로 검색하니 140개의 상품이 뜬다. 제각기 환경과 건강에 좋다고 홍보하는 수많은 상품들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실제 친환경 인증 제품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가장 믿을 만한 곳은 환경부 환경산업기술원의 녹색제품정보시스템(www.greenproduct.go.kr/app/Migp0010.do)이다. 여기에선 국내에서 인증받은 모든 환경마크 제품과 우수재활용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바로구매’를 클릭하면 환경산업기술원이 민간 사업자에 위탁 운영하는 친환경상품 전문 쇼핑몰인 녹색장터로 연결된다. 하지만 녹색장터의 이용자는 공공기관과 기업회원으로 한정돼 로그인 단계에서 가로막히고 만다. 결국 일반 소비자는 다시 녹색제품정보시스템에서 제조회사의 연락처를 확인해 직접 접촉할 수밖에 없다. 24일 전시회에서 만난 자동절전 멀티탭 제조업체 스마트애드인㈜ 서돈식 대표는 “회사에서 별도의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기도 번거롭고 그렇게 해서는 소비자들이 찾기도 어렵다”며 “관련 기관에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녹색장터와 같은 일반 소비자 상대의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주거나 녹색장터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친환경상품 보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