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59개 시민단체들 촉구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설정해
구역 축소는 행정 편의주의 발상”
부산시 용역업체는 20㎞로 제안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설정해
구역 축소는 행정 편의주의 발상”
부산시 용역업체는 20㎞로 제안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부산의 시민단체들이 고리원전에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방사선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주민 대피 범위를 고리원전으로부터 30㎞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비상경계구역 범위를 제안하면 검토한 뒤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을 거쳐 내년 5월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부산지역 59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고리원전으로부터 30㎞로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핵방사선이 금속으로 이뤄진 압력용기와 격납고를 뚫고 외부에 노출됐을 때 주민을 긴급 대피시키고 주민들한테 방진마스크가 딸린 방호의, 몸속에 침투한 방사선을 해독하는 갑상선 방호약품 등 구호물품을 지급해야 하는 지역이다.
국회는 지난 5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켜 원전으로부터 직선거리 8~10㎞이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20~30㎞로 넓혔다. 또 원전으로부터 3~5㎞는 방사선 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주민을 대피시키는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3~5㎞ 이상에서 30㎞ 이내는 방사선 농도 검사 결과에 따라 대피명령을 내리는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설정했다.
부산시는 지난 18일 시청에서 ‘원자력 안전·방재체계 구축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용역업체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범위를 20㎞로 제안했다. 5~20㎞ 이내 거주 인구는 42만5000여명이지만, 30㎞까지 범위를 넓히면 인구가 373만명에 이르러 행정기관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용역업체는 핵발전소 사고가 났다고 가정해서 벌인 실험에서도 20㎞ 미만으로도 방사선 누출 사고에 대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30㎞까지 주민대피령을 내리거나 옥내대피령을 내린 것을 고려해 30㎞까지 비상계획구역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행정력 부족을 이유로 비상계획구역을 축소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는 것이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는 용역업체의 실험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원전에서 50㎞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확인됐고, 최근 기상청이 공개한 고리원전 사고 실험에서도 90㎞ 떨어진 경남 고성군까지 고농도의 세슘에 오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부산시 원자력안전실 관계자는 “비상계획구역을 30㎞로 하면 373만명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탈출해야 하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한다고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