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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사람이 흐른다 서울을 깨운다

등록 2005-09-30 18:49수정 2005-09-30 18:53

<b>어제와 오늘</b> 청계천 복원 이전 청계고가가 차량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모습과 맑은 물이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복원된 청계천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어제와 오늘 청계천 복원 이전 청계고가가 차량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모습과 맑은 물이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복원된 청계천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열린 청계천 숨쉬는 도시
하이설씨는 매일 아침 7시30분 집을 나선다. 6분여 걸어 지하철 6호선 응암역에 도착해 보관해 뒀던 자전거를 타고 불광천을 거슬러 내려간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5㎞를 달리면 한강 성산대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14.3㎞를 달리면 한남대교. 다시 여기에서 남산 국립극장~장충단공원을 거쳐 청계5가 마전교까지 바퀴를 밟으면 8시30분이다. 마전교에 자전거를 묶어놓은 뒤 천변으로 내려가 느긋하게 걸으면 종로1가 사무실까지 20분 만에 도착한다. 하씨의 출근로는 산과 강. 강바람·산바람은 매일 아침 공짜다.

보행자 중심 거리 만들고
주변유역 되살려 물꼬 트면
하천 넘어 도시 복원 가능
오랜 희망 실현 막 올랐다

청계천 완공 뒤 그려보는 풍경이다. 2006년 말엔 남산 국립극장~마전교까지 자전거도로 2.4㎞가 완공되므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강으로 흘러드는 서울의 샛강 35곳 가운데 이미 복원·정비를 마친 곳은 양재천·성내천·망원천·여의천 4곳. 이번에 복원되는 청계천을 포함해 중랑·안양·홍제·성북·정릉천이 마저 복원되면 서울의 주요 실핏줄이 살아나는 셈이다. 샛강은 사람을 끌어당겨 움직이게 만든다.

청계천살리기연구회에서 교통전문가로 활약했던 황기연 교수(홍익대 건설도시공학부)는 “청계천은 서울을 보행자 천국으로 만드는 기폭제”라고 말한다. “기존엔 도로를 깔아 교통난을 해결하는 것이었다면, 이제 새 패러다임은 도로를 없애 차바퀴 대신 보행자들을 끌어들여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황 교수는 여기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고 말한다. “일요일 또는 여름철 밤 특정 시간대에 천변 도로를 완전 보행자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가 생각하는 건강한 도시는 사람들이 하루에 5㎞ 이상 걷는 것인데, 사람들을 걷게 만들려면 걸을 이유가 생겨야 한다. 청계천이 걷는 즐거움을 주려면 주변에 볼거리·즐길거리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보행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천변 다리에 만들어진 ㄷ자형 건널목 대신 일자형 건널목을 만들어야 한다. 차는 더 천천히 움직여야 하고, 휴일 같은 날엔 아예 못 오게 만들어야 한다.

<b>돌아온 전태일</b> 30일 오후 서울 청계6가 버들다리(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 거리’ 다리 조성 및 기념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돌아온 전태일 30일 오후 서울 청계6가 버들다리(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 거리’ 다리 조성 및 기념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는 이처럼 청계로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면 주변 건물의 용도변화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보행자가 증가하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가게들이 들어서고 재개발이 가속화한다. 서울시가 2004년 세운 ‘청계천 주변지역 관리계획’은 재개발 때 천변 건물들을 10~20m씩 뒤로 물리도록 돼 있다. 건물이 내준 자리에는 차로가 들어서고 현재 차로는 사람들 차지가 된다.


장기적 안목으로 내다볼 때 청계천의 용수방식 또한 바꿔나가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환경계획학과)는 “현재는 자양취수장에서 물을 끌어 거꾸로 흘려보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청계천 유역’을 살려 유역 안에서 수량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백운동천·중학천 등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상류 지천을 복원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청계천을 감싸고 있는 영역, 곧 북악산의 남사면과 남산의 북쪽 영역에서 모인 물이 청계천으로 흘러가도록 만드는 일이다. 오충현 교수(동국대 산림자원학과)는 “유역을 살리려면 지표수를 최대한 모아 서서히 청계천으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 콘크리트·아스팔트로 포장된 부분을 투수포장으로 바꾸고 △천변 주변 건물들에 옥상녹화를 의무화하며 △옥상녹화가 불가능하면 옥상에 비를 얼마간 받아두었다가 내려보내는 저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청계천 유역을 살린다는 것은 도시생태계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지금은 청계천 안에서만 물이 흐르고 풀이 자라고 새가 놀지만, 청계천 바깥에서도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선’에서 ‘면’으로의 확장인 셈이다.

서울의 강과 산
서울의 강과 산


황 교수는 “외국의 하천 복원 사례를 보면 천변 건물들까지 이처럼 변화하는 데는 50년 이상 걸렸다”고 말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에 들인 2년3개월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이유주현 이호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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