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민족의 영산 백두산, 비록 중국 땅을 통해 오르긴 하지만 그곳에 내가 오른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기대가 되었던 2744m 높이의 한반도의 성산. 백두산 들머리에서 입장료를 내고 다시 차를 타고 20여분을 가니 주차장이 나타난다.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드디어 내가 백두산을 오른다는 기대감에 젖어 걷기 시작한 길은 경사가 지긴 했지만 평평한 차도였다. 조금 가다 보면 산길로 들어서겠지. 그러나 끊어지지 않고 계속 내 앞에 나타나는 차도. 걷기에 불편할 정도로 연방 지프들이 굉음의 경적을 울려대며 오르내린다.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것이었다. 걷기를 시작해 서너 시간이 지나니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그런데 자꾸만 속에서 실망감 같은 것이 밀고 올라온다. 백두산 꼭대기까지 뚫린 차도가 나를 기쁘게 하지 않고 우울하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이 관광지로 개발한 백두산의 모습이다. 백두산/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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