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펑펑 쓰는 한국 걱정스럽다” 김은연 박사
“에너지 펑펑 쓰는 한국 걱정스럽다”
그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많다고 했다. 차창을 열면 상쾌한 바람이 들어오는데 왜 사람들은 굳이 에어컨을 틀고 달리는지. 건물의 난방 온도는 왜 그리 높은지. 도로엔 왜 그리 큰 차가 많은지.
서울시청 최초의 대기환경 전문가 김은연(45)씨는 평소 한국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문제들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파리7대학의 대기환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국립기상연구소에서 일한 그는 “워낙 아껴 쓰는 나라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에너지를 펑펑 쓰는 것이 몹시 맘에 걸린다”고 말했다.
프랑스 등에서 20여년 연구
“쓰레기처럼 이산화탄소도 줄여야”
지자체가 지구환경 고민할 때 그가 앞으로 일할 부서는 환경국 대기과의 ‘지구환경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팀 이름 치고는 다소 거창한 것 같다는 말에 김 박사는 “온난화 등 지구환경의 문제를 이제는 지자체 차원에서 고민할 때가 됐다”는 말로 답했다. 그는 대기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지역적’인 문제이면서도 ‘국제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호흡을 불편하게 만드는 공기 중의 미세먼지는 오염 발생 뒤 2~3시간 정도 지나면 가라앉는다. 비 한줄기 퍼붓고 나면 뿌옇던 시야가 어느새 확 트이듯이 미세먼지는 단기적인 응급 처방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기에 한번 방출되면 10년 지나야 사라지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 측정해도 비슷하다. 별들이 눈으로 쏟아질 듯 청명한 공기를 자랑하는 하와이나 대기오염으로 유명한 멕시코시티나 이산화탄소 농도는 비슷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산업발달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지구에 살고 있는 이상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모두’에게 돌아간다. 대기환경 분야에서도 대기화학이 주 전공인 그는 20년 넘게 줄곧 대학과 연구소 안에서 생활해왔다. 오염 배출량에 따라 대기의 화학적 성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측하고 분석하고 모니터링하는 일이 주된 과제였다. 익숙했던 연구소를 버리고 서울시 같은 행정기관에서 일할 결심을 한 것은, 그간 과학자로서 다뤄온 문제들을 보통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어서였다. 지구환경팀에서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도, 사람들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평범한 시민의 눈높이에서 자료를 축적하는 일이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 차를 타고(혹은 전철을 타고) 자동 냉난방 조절이 되는 건물에 들어가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 뒤 집에 돌아와 눈을 감기까지, 평균 서울시민이 하루에 얼마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또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지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싶습니다. 실험실의 전문가와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하는 구실이라고 할까요.” 그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처럼 교육과 훈련을 통해 시민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서도 충분히 ‘민감’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정확한 자료를 내놓고 충분한 설득을 벌여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행정기관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울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다소비형 도시입니다. 하지만 지역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따져보면, 남한 인구의 20%가 살고 있는 서울은 전체 배출량의 7.4%밖에 되지 않아요. 서울 사람들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장·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 주로 배출하는 거지요. 다른 지역보다도 서울 사람들이 먼저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글·사진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쓰레기처럼 이산화탄소도 줄여야”
지자체가 지구환경 고민할 때 그가 앞으로 일할 부서는 환경국 대기과의 ‘지구환경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팀 이름 치고는 다소 거창한 것 같다는 말에 김 박사는 “온난화 등 지구환경의 문제를 이제는 지자체 차원에서 고민할 때가 됐다”는 말로 답했다. 그는 대기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지역적’인 문제이면서도 ‘국제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호흡을 불편하게 만드는 공기 중의 미세먼지는 오염 발생 뒤 2~3시간 정도 지나면 가라앉는다. 비 한줄기 퍼붓고 나면 뿌옇던 시야가 어느새 확 트이듯이 미세먼지는 단기적인 응급 처방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기에 한번 방출되면 10년 지나야 사라지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 측정해도 비슷하다. 별들이 눈으로 쏟아질 듯 청명한 공기를 자랑하는 하와이나 대기오염으로 유명한 멕시코시티나 이산화탄소 농도는 비슷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산업발달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지구에 살고 있는 이상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모두’에게 돌아간다. 대기환경 분야에서도 대기화학이 주 전공인 그는 20년 넘게 줄곧 대학과 연구소 안에서 생활해왔다. 오염 배출량에 따라 대기의 화학적 성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측하고 분석하고 모니터링하는 일이 주된 과제였다. 익숙했던 연구소를 버리고 서울시 같은 행정기관에서 일할 결심을 한 것은, 그간 과학자로서 다뤄온 문제들을 보통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어서였다. 지구환경팀에서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도, 사람들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평범한 시민의 눈높이에서 자료를 축적하는 일이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 차를 타고(혹은 전철을 타고) 자동 냉난방 조절이 되는 건물에 들어가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 뒤 집에 돌아와 눈을 감기까지, 평균 서울시민이 하루에 얼마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또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지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싶습니다. 실험실의 전문가와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하는 구실이라고 할까요.” 그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처럼 교육과 훈련을 통해 시민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서도 충분히 ‘민감’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정확한 자료를 내놓고 충분한 설득을 벌여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행정기관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울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다소비형 도시입니다. 하지만 지역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따져보면, 남한 인구의 20%가 살고 있는 서울은 전체 배출량의 7.4%밖에 되지 않아요. 서울 사람들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장·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 주로 배출하는 거지요. 다른 지역보다도 서울 사람들이 먼저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글·사진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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