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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식물에도 ‘지능’이 있나

등록 2016-04-08 19:15

사람 같은 중추신경은 없지만 식물도 기억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북아메리카의 식충식물인 파리지옥은 감각모를 건드린 곤충을 잡아먹는데, 30초 안에 두 번 건드려야만 오므려 불필요한 동작을 피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람 같은 중추신경은 없지만 식물도 기억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북아메리카의 식충식물인 파리지옥은 감각모를 건드린 곤충을 잡아먹는데, 30초 안에 두 번 건드려야만 오므려 불필요한 동작을 피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봄은 밀려드는 꽃물결과 함께 온다. 기후변화로 개나리 물결이 지나기도 전에 벚꽃이 밀려오는 혼란도 없지 않았지만, 산수유와 매화에서 시작해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꽃으로 이어지는 순서에는 변함이 없다. 곧이어 조팝나무와 철쭉 꽃에서 우리는 봄이 익어감을 확인할 것이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떻게 봄이 왔는지 알고 일제히 꽃을 피우는 걸까.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머리를 싸매는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낮이 길어지고 온도가 높아지면 꽃이 핀다. 그런데 시계나 온도계도 없이 식물은 어떻게 그 변화를 ‘알’ 수 있을까.

미국 식물생리학자 미하일 차일라햔은 1937년 잎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개화 호르몬인 플로리겐이 가지 끝으로 이동해 신호를 전달하면 꽃봉오리가 생긴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7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식물학자들이 맹렬히 찾았음에도 그런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침내 1999년 개화 유전자가 밝혀지고, 이후 우여곡절 끝에 잎에서 만들어진 특정 단백질이 체관을 따라 가지 끝에 신호를 전달하면 꽃봉오리가 만들어진다는 데 이르렀다. 2013년 안지훈 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식물 안에 있는 단백질 복합체가 온도계처럼 작동해 개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 오랜 미스터리를 풀었다.

제자리에 붙박여 팔다리가 없는 식물은 두뇌가 없는 대신 그 기능을 잎과 줄기, 뿌리 등 몸 전체에 분산해 네트워크로 연결해 수행한다. 개화 메커니즘을 겨우 분자 차원에서 이해했지만, 식물에 대해 우리는 아직 거의 모른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식물이 우리가 짐작하던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주목받는 분야가 식물의 기억력이다. 파리지옥은 잎 안의 돌기를 건드리면 덫이 작동해 곤충을 잡아먹는 식충식물이다. 그런데 이 덫은 곤충이 한 번 건드리면 꼼짝 않는다. 30초 안에 다시 한번 건드려야 잎을 닫는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잎을 닫는 행동을 하기 전에 건드린 사실을 ‘기억’해 ‘판단’한다. 감각 털에 자극이 축적돼 전기 펄스가 형성돼야 덫이 작동한다.

손을 대면 잎을 접고 움츠러드는 미모사도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다. 2014년 이탈리아 피렌체대학교 연구진은 미모사 화분을 15㎝ 높이에서 푹신한 바닥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 처음엔 잎을 접는 반응을 보였지만 아무런 해가 없음이 분명해지자 그다음부터는 떨어뜨려도 잎을 접지 않았다. 한 달 뒤 다시 실험을 했는데 미모사는 반응하지 않았다. 해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지능이라고 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수동적으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먼 식물의 능동적인 생존전략도 적지 않다. 이른 봄 깊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앉은부채라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영하로 떨어지는 밤 동안 스스로 열을 내 꽃 내부를 20도 안팎으로 유지해 꽃가루를 보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꽃에 카페인을 섞어 꿀벌을 중독시키기도 한다. 낮은 농도의 카페인을 섞은 꽃꿀을 먹은 꿀벌은 꽃의 당분 함량을 과대평가해 다른 꽃보다 자주 들르게 된다. 이런 전략은 식물의 55%에 퍼져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나무의 대부분은 땅속의 토양 균류(곰팡이)와 공생하는데 일부 나무는 종이 다른 나무와 이 균근을 통해 양분을 나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햇빛을 많이 받는 나무는 그늘에 가린 다른 종의 나무에 양분을 나눠주기도 한다. 숲은 종류가 다른 나무들끼리 공생하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대표적 지적 생물인 인류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능력 아닌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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