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원료를 공급한 덴마크 케톡스사의 프레데 담고르 전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세퓨 가습기 살균제’를 손에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환경센터, 덴마크 회사와 대화 공개
제조사 “EU승인 받은 친환경” 광고
검찰 “콩나물공장서 임의대로 섞어” 확인
환경부 등 기초조사 부실 논란 일어
제조사 “EU승인 받은 친환경” 광고
검찰 “콩나물공장서 임의대로 섞어” 확인
환경부 등 기초조사 부실 논란 일어
‘유럽연합(EU) 승인을 받은 최고급 친환경 살균제’
가습기 살균제 ‘세퓨’는 홍보 문구가 주는 친환경적인 이미지 덕에 이 제품만 고집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판매도 주로 아이가 있는 주부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공동구매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옥시싹싹보다 사용량은 적었지만, 사망률이 월등히 높았다”고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최예용 소장은 설명한다. 그러나 세퓨는 정부의 화학물질 관리 방치 속에 가장 주먹구구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확인되고 있다.
2008년 5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판매돼 현재까지 14명의 사망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원료가 애초 알려진 대로 덴마크에서 수입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아닌 중국에서 수입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옥시싹싹의 원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 등의 조사는 세퓨의 원료가 PGH인 것을 전제로 이뤄져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은 12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에 PGH를 수출한 적이 없고 샘플만 보냈으며 세퓨 원료는 중국에서 수출한 PHMG”라는 내용이 담긴 덴마크 회사 케톡스의 전 대표 프레데 담고르와의 대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지난 8일(현지시각) 덴마크를 방문한 가습기 살균제 항의방문단과 만난 담고르 전 대표는 “2007년 한국으로부터 샘플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두 번 보내줬고 총량은 40ℓ가 채 안 됐다”며 “수입업자는 농업용이라고 용도를 말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어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도 “덴마크가 아니라 중국에서 PHMG를 수입한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 근거로 “중국의 생산업자가 한국에 대량으로 수출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홍보 문구와 달리 세퓨의 주원료 PGH는 2002년 유럽연합에서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로 등록된 상태였다. 최 소장은 “케톡스 전 대표 말대로라면 기본적 조사조차 잘못된 것이다. 세퓨 사장의 말 한마디에 우리 정부와 검찰이 놀아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검찰은 현지 조사에 나서 수입 여부와 수입량 등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날 검찰의 수사 브리핑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버터플라이이펙트 오아무개 전 대표가 세퓨를 처음 제조한 2008년에는 덴마크에서 수입한 PGH를 원료로 사용하다 2010년부터 PHMG를 섞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개발된 PGH는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오씨는 이 원료물질에 대한 대량 수입이 어려워지자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를 2010년부터 물에 희석해 쓰기 시작했다. 콩나물 재배 공장에서 별다른 매뉴얼도 없이 독성 화학물질을 임의대로 섞어 마구잡이 제조를 한 것이다. PGH가 PHMG에 비해 흡입독성이 4배가량 강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이 물질들을 섞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연구된 바 없다.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오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13일 밤 결정된다.
방준호 남종영 서영지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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