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타티야나 바라놉스카야 원장과 옐레나 살마노바 과학국장.
[짬]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 바라놉스카야 원장, 살마노바 과학국장
한국호랑이 10여마리도 살아남아
“표범은 이제 극동러시아의 상징” 표범 발자국 중국~북한 이동 확인
“서식지 복원 앞서 공존할 마음 필요”
조선인 유족 ‘코리아트레일’ 조성 계획 먼저, 기존에 흩어져 있던 3~4개 보호구역을 묶어 북한산국립공원 30개 넓이에 설정한 ‘표범의 땅’이 성과를 거뒀는지 물었다. “밀렵 단속 강화 등 덕분에 50마리이던 표범 수가 4년 사이 80마리로 늘어났다”고 바라놉스카야 원장이 말했다. 두만강 너머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지대인 이곳의 보전은 중-소 국경분쟁 덕을 봤다. 잣나무와 신갈나무가 뒤섞인 원시림에서 한국호랑이 10여마리와 더불어 마지막 표범집단이 살아남았다. “지난해엔 새끼가 9마리 태어났어요. 모두 크고 통통한 게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요.” 바라놉스카야 원장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성공적인 번식은 표범의 미래에 좋은 징조다. 이런 사실은 무인카메라를 통해 확인했다. 사실 ‘표범의 땅’은 애초 한반도였다. 1919~42년 일제가 이 일대에서 포수를 동원해 잡아 죽인 표범의 수는 기록된 것만 624마리다. 연해주에선 일년에 겨우 1~3마리 잡힌 것과 대조가 된다. 어쨌든 한반도와 연해주의 표범은 같은 종이다. 밀렵꾼을 막는 것은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표범 보전에도 핵심 과제다. “공원 감시원 23명이 3명씩 조를 짜 매달 갱신하는 감시지도를 바탕으로 순찰을 합니다. 지난해 17건을 적발했는데 모두 러시아인이었지요. 중국 밀렵꾼도 오는데 밤중에 은밀하게 행동해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라고 바라놉스카야가 말했다. 그런데 뜻밖에 밀렵꾼들의 표적은 표범이 아니다. “사슴과 멧돼지가 주목표이고 운이 좋으면 호랑이를 노리지요. 표범을 잡다가 잡히면 처벌이 엄해 건드리지 않습니다. 한약재 수요도 없고요.” 중국인 밀렵꾼은 다른 걸 노린다. “강에 약을 풀거나 겨울잠을 자는 곳을 파헤쳐 개구리와 물고기를 잡아갑니다. 또 한국인이 많이 찾는 산삼을 캐러 오기도 하지요.” 바라놉스카야 원장은 “표범은 이제 극동 러시아의 상징 동물”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 등 최고 권력자들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표범으로부터 가축 피해를 입은 농가에는 지체 없이 보상을 해주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해방 이후에도 한국표범은 보호를 받지 못했다. 표범을 용감하게 때려잡았다거나 모피를 비싸게 팔았다는 신문기사가 드문드문 이어졌다. 62년 경남 합천에서 마지막으로 표범이 산 채로 잡혀 74년 창경원에서 죽었다. 한국표범이 과연 한반도에서도 부활할 수 있을까. 살마노바 과학국장의 말이 희망을 준다. “2013년 확인된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표범 발자국이, 다시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향했습니다. 몇 마리가 북한으로 갔는지 등은 아직 잘 모릅니다.” 지난해 10월15일 “러시아 정부가 북한에 아무르표범의 개체수 확인 작업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타스통신>의 보도에 대해 바라놉스카야 원장은 “그냥 기다릴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연해주의 표범 개체수가 충분히 불어나면 자연스럽게 중국과 북한, 나아가 남한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살마노바 국장은 “표범 복원에 가장 중요한 건 먹이동물이 풍부하고 어미가 숨어 새끼를 기를 수 있는 은신 공간을 확보하는 등 서식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장차 표범 복원의 유력한 후보지로 강원도 화천·양구의 백암산·백석산 지역과 비무장지대를 잇는 지역으로 꼽고 있다. 바라놉스카야 원장은 “한국표범은 대부분의 다른 아종과 달리 혹독한 추위에 적응했고 덩치가 가장 작은 편인데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습성을 지녔다”며 “서식지 복원에 앞서 표범을 우리와 공존해야 할 동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자와 시민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생태관광과 교육의 하나로 ‘표범의 땅’ 안에 남아 있는 100~150년 전 조선인 문화유적을 복원해 ‘코리아 트레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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