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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사살당하기 전 10분, 하람베 마음은…

등록 2016-06-02 16:19수정 2016-06-02 22:47

“고릴라가 다른 개체 보호때 행동”
제인 구달, 동물원 과잉대응 지적

세계적 영장류학자 마크 베코프
“하람베 동물원 있던 이유 고민 필요”
지난달 28일 미국 신시내티동물원에서 고릴라 하람베가 세살짜리 어린이를 바라보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지난달 28일 미국 신시내티동물원에서 고릴라 하람베가 세살짜리 어린이를 바라보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하람베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미국 신시내티동물원에서 동물원 사육사로 떨어진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사살된 고릴라 ‘하람베’와 관련해 과잉대처 논란이 일고 있다. 마크 베코프와 제인 구달 등 세계적인 동물학자들도 죽기 전 하람베의 행동이 어린이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크 베코프(전 콜로라도대 동물행동학 교수)는 2일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고릴라 하람베는 놀라고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며 “하람베가 안전하게 여기는 삶터에 다른 동물(인간)이 침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람베가 정말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고 동물원 결정에 대해서도 쉽게 판단내릴 수 없지만, 다른 동물원들은 이런 비상상황에서 비살상적인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사람들은 지적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사건은 지난달 28일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벌어졌다. 엄마와 함께 고릴라 구경을 하던 3살짜리 어린이가 사육사에 떨어졌고, 관람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소란의 도가니 속에서 하람베는 얕은 물에 빠진 어린이에게 천천히 다가가 쏜살같이 끌고 간다. 하람베가 어린이의 팔을 잡고 응시하거나 안으려고 하는 듯한 장면도 관찰됐다. 동물원 쪽은 관람객을 소개시키고, 추락 약 10분 뒤 하람베를 사살했다.

마크 베코프는 그의 개인 블로그에서도 “아이의 손을 잡은 것이나 아이를 가로막고 서 있있던 것은 고릴라가 다른 개체를 보호하는 행동”이라며 동료 연구자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하람베가 물에서 아이를 끌고 간 것도 “고릴라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며 “땅에 앉아있는 걸 싫어하는 새끼가 어른 몸에 붙어있으려고 할 때, 어른 고릴라는 이렇게 새끼를 데리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영장류 보전운동을 벌이는 제인 구달도 입을 열었다. 제인구달연구소는 1일 제인 구달이 테인 메이나드 동물원장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구달은 “고릴라(하람베)가 아이를 감싸안으려고 했던 것처럼 보인다. 시카고동물원에서 어린이를 보살핀 뒤 돌려보낸 암컷 고릴라(빈티 주아)의 행동과 비슷하다”며 동물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빈티 주아는 1996년 시카고 브룩필드동물원에서 하람베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울타리 밑으로 떨어진 세살짜리 남자아이를 발견한 빈티 주아는 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등을 두드려주다가 동물원 직원에게 데려다주었다. 1986년 영국 저지동물원에서도 정신을 잃은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살펴준 고릴라 ‘잠보’가 있었다. ‘사람을 구한 고릴라’로 언론에 의해 추앙된 잠보는 나중에 동상이 세워지기까지 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이런 고릴라의 행동이 하나도 신기할 게 없다고 말한다. 새끼나 약자, 싸움에서 진 패배자를 보살피고 위로하는 행동이 유인원에게서 쉽게 관찰되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물론 덩치 큰 고릴라의 작은 몸짓에도 어린이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원의 사살 결정에 대해선 대부분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다만 동물의 성격과 행동 패턴 등을 잘 아는 사육사에 의해 취해질 수 있는 단계적 대응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 마크 베코프는 의문을 표시했다.

마크 베코프는 <한겨레>에 “우리가 이 사건을 통해 질문해야 할 것은 왜 하람베가 거기 있었느냐는 것”이라며 “신시내티동물원장은 동물원이 인간에게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동물에게는 전혀 안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사망하기 전날인 27일은 하람베의 17번째 생일이었다. 하람베는 1999년 텍사스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나 2년 전 신시내티동물원으로 와서 지난달 말 죽을 때까지 철창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2일 오후까지 ‘하람베를 위한 정의’ 청원에는 47만명이 서명했고, 미국 동물원및수족관연합(AZA)은 이 사건에 대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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