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자연순환농업센터 김용석 소장
자연순환농업센터 김용석 소장
‘선구자’ 이박 대표 20년전 도입
전문가·관료들 무관심…지난해 작고 “시진핑 주석도 관심 많은 사안”
신양시 초청으로 특별강연 예정 운동권·참여정부 비서관 출신
“전국적 민원 심각…국가 나서야” 김 소장은 그동안 중국 쪽과 여러 갈래로 교류를 해왔다. 지난 1월에는 ‘아름다운 농촌 만들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농업·군사 전문 ‘채널7’의 장제 상근 부비서장을 만나 분뇨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제까지 4번 만났다는 장 부비서장은 그에게 “관광부와 농업부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며 함께 시범사업 등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고,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도 했다. 김 소장은 연세대 정외과 시절 유신독재 철폐 투쟁을 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4년 2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 ‘운동권’ 출신이다. 노무현 정권 초기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인사혁신비서관을 거쳐 철도공사 초대 감사도 지냈다. 그런 그가 자연순환농업 전도사로 변신한 계기는 10여년 전 이박 지엔시에이(GNCA) 대표와 인연이었다. 이박 회장은 1994년 일본 아오키전기공업을 통해 처음으로 자연순환농업을 국내에 도입했다. “친환경 농자재로 분뇨(유기성 폐기물)를 (퇴비·액비 등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화학비료가 필요 없다. 게다가 토양이 비옥해져서 작물 생산성이 높아지고, 병충해가 사라지니 농약을 사용할 필요도 없어진다. 농약 성분이 없는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면 항생제도 줄게 된다.” 김 소장은 “사실 자연순환농업은 지난 6천년 동안 동아시아 사회의 전통 농사 방식이었다”고 했다. “먹고 싸고 흙으로 돌아가고 작물이 자라고 다시 먹고 싸고 하는” 자연순환 생태계를 되살리는 농업이다. “유기성 폐기물을 제대로 순환시키지 못하면, 생태계는 파괴되고,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게 된다. 인류가 원인 불명의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 것도 그 탓이다.” 2012년부터 가축분뇨 등의 해양(바다) 투기가 국제적으로 금지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자연순환농업은 <토양 유기물>을 쓴 코노노바 등 러시아 토양화학자들과 이를 받아들여 더욱 발전시킨 화산암석학자 우치미즈 마모루, 아오키전기 등 일본의 이론적 실천적 노력과 성과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이를 처음 도입해온 이박 회장은 논산계룡축협 분뇨 자원화 설비(유기질비료 생산공장)를 직접 설계하고 상당한 성과까지 냈다. 하지만 업자와 전문가들, 관료들로부터 외면당한 그는 지난해 암으로 작고하고 말았다. 김 소장은 20년 쌓아온 귀중한 성과들마저 흩어져버렸다고 안타까워한다. “지금 전국의 축산지역은 온통 악취 민원과 분뇨처리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으로 난리를 겪고 있다. 홍성, 익산, 평택, 음성, 구미, 김해 등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겉으로는 잠잠한 지역이라도 항시 폭발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는 원희룡 지사의 특명으로 ‘악취 개선 티에프(특별대책반)’까지 꾸렸다. 제주도는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쏟아내는 민원이어서 더 감당이 어렵다. 충청남도도 지난해 말 ‘악취 개선 티에프’를 만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산업 구현’을 내걸고 나름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서 집행하고 있고, 가축분뇨 문제가 그 중심에 있지만, “지금도 그 해법을 정확하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소장 진단이다.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들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되는 곳은 찾기 어렵다. 방류처리에 급급해하고 있다. 가축분뇨 자원화 정책은 헛돌고 있고, 민원은 증가하고, 당연히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으며, 국민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 “엄청난 문제” 해결에는 전체를 살필 수 있는 통합적·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가축분뇨 문제를, 민원이 집중되는 악취 제거 위주로만 생각하는 단순 사고로는 풀 수 없다. 우리나라엔 이런 문제를 공적 의제로 만들고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풀어가는 제너럴리스트가 없다. 이건 제대로 된 리더가 없다는 얘기다. 사드 배치 논란에서도 다르지 않다.” 김 소장은 “우선 실태조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의지가 실린 티에프부터 구성하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관련 자료부터 수집하고 분석해야 접근법이 나온다. 내 얘기가 옳으니 무조건 믿으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우선 실사부터 하고 공개토론을 해서 제대로 풀어가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과 지식을 살려 국가인재정보센터, 자연순환농업협의회를 조직하고 있다는 김 소장의 나라 걱정이 깊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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