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실의 전설 ⑧ 세실의 동지 ‘제리코’
지난해 7월 미국인 치과의사에 의해 불법 사냥되어 세계를 경악시킨 짐바브웨 사자 ‘세실’의 죽음은 그의 동료 ‘제리코’가 지켜보고 있었다. 세실과 프라이드(사자 무리)를 함께 이끌던 제리코의 모습. 그는 지금도 살아 있다. 브렌트 스타펠캄프 제공
형제들은 사냥으로 죽고
제리코는 혼자 남아 쫓겨났다
마을 가축 습격하며 전전하던 중
제리코는 세실을 만나고
두 사자는 왕국을 건설하는데… 이들의 왕국이 응웨슐라(Ngweshla)라고 불리는 지역까지 뻗어 나가던 어느 하루, 네 수사자는 그 땅의 우두머리 세실과 리앤더(Leander)와 마주쳤다. 운 좋은 사람들은 두 무리가 벌인 전투의 대서사시의 일부를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영역 싸움으로 세실의 형제 리앤더는 죽었다. 음포푸는 뒷다리를 물려 치명상을 입었다. 음포푸는 그의 안전한 핵심 영역까지 상처 난 몸을 절뚝거리며 20㎞를 걸어 돌아가고 있었다. 삼주일이 걸린 고난의 행군이었고 굶주린 음포푸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보다 못한 공원 당국은 고통으로부터 그를 꺼내주었다. 그사이 음포푸와 함께했던 수사자들은 새로 정복한 땅에서 새 삶을 꾸려갔다. 세실은 자리를 비켜준 상태였다. 그러나 번영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다는 불법 트로피 사냥꾼에게 죽었고, 잡은 정식으로 면허를 발급받은 사냥으로 죽었다. 남은 사자는 제리코 하나뿐이었다. 이제 제리코에게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땅이 펼쳐졌지만, 그는 그중에서 먹잇감이 밀집돼 있는 핵심 지역에 집중했다. 우연찮게도 바로 옆집에는 세실이 있었다. 그사이 세실은 20마리를 거느리며 황게의 전설이 되어가고 있었다. 검은 갈기를 가진 덩치 큰 이 사자는 사파리 차량에는 격의 없이 대했다. 세실은 가장 사랑을 받는 수사자였다. 항상 그랬듯이 평화로운 시절은 짧았다. 공원 북동쪽에서 두 수사자가 들어온 것이다. 그들의 이름은 부시(Bush)와 부베지(Bhubezi). 연구원들에게 잘 알려진 놈들이었다. 두 사자는 아주 쉽게 제리코를 쫓아내 버렸고 이어 세실도 자리를 떴다. 자신의 프라이드(사자의 무리)를 데리고 제리코가 간 곳은 국립공원 바깥 민간인이 사는 지역이었다. 위성위치추적장치가 표시한 지역을 가보면 제리코가 소 떼를 이미 습격한 뒤였다. 성난 땅 주인은 죽은 동물의 사체에다가 가시덤불을 쌓고 두 군데의 입구만 남겨두었다. 그 입구 밑에다가 덫을 쳐두었다. 제리코는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날카로운 덫이 그의 목을 감쌌고 그는 허우적댔지만 더 당겨질 뿐이었다. 하지만 제리코는 결국 덫을 토막내 버리고 탈출할 수 있었다. 제리코는 다시 공원 안쪽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몇 주 뒤에 그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상처는 꽤 깊었다. 나는 목에 박힌 덫의 일부와 지피에스 목걸이를 벗겨, 상처가 아물도록 해주었다. 지피에스가 없으니 우리는 그를 감시할 수 없었다. 일 년 동안 우리는 제리코의 자취를 몰랐고, 세실에 달려 있던 지피에스의 배터리도 다 되어버렸다. 우리는 제리코와 세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느 날, 지역 사파리 가이드 한 명이 와서 두 수사자가 함께 있는데 세실과 제리코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자는 약간 서로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긴 하지만 함께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초조해하면서 며칠을 기다렸고, 결국 사진을 찍어 확인했다. 세실과 제리코는 동지가 되었다! 사자의 지배 게임은 일종의 ‘숫자 놀음’이다. 수사자 두 마리는 언제나 수사자 한 마리보다 낫다. 세실과 제리코도 함께 있을 때 자신들이 더 세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둘은 각자 지배하던 땅을 하나의 땅으로 만들어 연대하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차량이 옆에 붙어도 개의치 않았으며 수천 시간 관광객 앞에서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암사자와의 교미 측면에서 보면, 세실은 제리코를 앞질렀다. 암사자들은 금발의 갈기를 가진 제리코보다 검은 갈기의 세실을 선택했다. 연구원들이 이 무리를 ‘세실의 프라이드’라고 부르는 이유다. 2015년 7월 제리코는 날고기 냄새를 맡고 달려갔다. 그 뒤에는 사냥꾼들이 숨어 있었다. 거대한 코끼리 사체였다. 하지만 사냥꾼들의 표적은 금발의 사자가 아니었다. 사냥꾼들은 검은 갈기의 사자가 올 때까지 또 한 시간을 기다렸다. 석궁을 들고 있던 미국인 치과의사가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세계를 놀라게 할 날카로운 화살이 세실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제리코가 자신과 연합하고 있는 사자의 죽음을 직접 보게 된 건 벌써 세 번째였다.
세실이 사냥으로 죽기 약 한달 전 제리코(위)와 세실이 함께 있는 모습. 브렌트 스타펠캄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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