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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200년 뒤 공룡시대 기후로, 절절 끓는 지구

등록 2017-04-07 15:37수정 2017-04-07 15:38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방치할 경우
지구 표면온도는 지금보다 섭씨 3도 이상 높아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2000ppm, 지금의 5배
뜨겁고 건조했던 2억년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지구 식생 상상도. MIT
뜨겁고 건조했던 2억년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지구 식생 상상도. MIT

지구상에 공룡이 출현하기 시작한 2억년 전 지구는 뜨겁고 건조한 기후였다. 지구 표면온도는 지금보다 섭씨 3도 이상 높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인들이 당시에 살았다면 숨쉬기가 매우 벅찼을 것으로 짐작되는 시기다. 지질학적으로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해당한다. 트라이아스기는 중생대의 첫 지질시대로 2억5천만년 전에서 2억년 전까지 지속되었다. 지구상의 육지는 대륙으로 분리되기에 앞서 판게아라는 초대륙으로 뭉쳐져 있었다. 당시 온실효과를 부르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얼마였을까? 무려 2000ppm이나 됐다. 지금의 지구보다 5배가 높은 수준이다. 현대의 지구는 이제 막 400ppm을 넘어선 시점에서 벌써부터 전세계가 지구 온난화 공포에 휩싸인 사정을 고려하면 잘 상상이 가지 않는 기후 조건이다. 

 그런데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방치할 경우, 일부 과학자들이 추진하는 공룡 복제에 앞서 공룡시대 기후가 먼저 복제될지도 모르겠다. 200년 후에는 지구 대기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초기 공룡이 출현했던 트라이아스기 수준으로 치솟을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왔다. 만일 인류가 이용 가능한 모든 화석연료를 태워버릴 경우 23세기에는 육상동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4억2000만년 이래 가장 더운 기후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이 완성한 4억년 이래 탄소 농도 변화 추이. 오른쪽 끝 3개의 선은 향후 화석연료 배출 추세에 따른 탄소 농도 변화 전망이다. 네이처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이 완성한 4억년 이래 탄소 농도 변화 추이. 오른쪽 끝 3개의 선은 향후 화석연료 배출 추세에 따른 탄소 농도 변화 전망이다. 네이처

햇빛 양은 갈수록 늘어 온실효과 더욱 더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대한 112개의 연구출판물에서 추출한 1500개의 추정자료들을 취합해 거의 5억년에 이르는 기간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기록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식물 화석, 토양과 바다의 동위원소, 조개껍질 화석의 붕소 동위원소 등에 남겨진 데이터를 활용했다. 논문 제1저자인 개빈 포스터(Gavin Foster)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수백만년 전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직접 측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신 암석에 남아 있는 흔적들에 의존했다”고 말한다.

 분석 결과,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수백만년 주기로 등락을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락폭은 200~400ppm(추운 기간)에서 3000ppm(더운 기간)에 이르렀다. 자연 상태에서의 기후 등락 폭은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화석연료의 지구 온난화 효과를 부정하는 근거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현재의 지구 기후변화 속도는 그 점을 고려해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주장한다.

트라이아스기의 도마뱀 형태의 육식공룡 스타우리코사우루스(Staurikosaurus). 위키미디어 코먼스
트라이아스기의 도마뱀 형태의 육식공룡 스타우리코사우루스(Staurikosaurus).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그 원인을 온실가스에 둔다. 지난 150년 동안 인류 문명은 대기중 농도를 산업화 이전 시대의 280ppm에서 405ppm으로 크게 높였다. 하지만 지구 기후를 결정하는 요인이 이산화탄소만은 아니다. 궁극적으론 온실효과의 강도와 지구에 쏟아지는 햇빛의 양이 기후를 결정한다.

 연구에 참여한 브리스톨대의 기후학 교수 댄 런트는 “태양은 핵 융합 반응에 힘입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밝아져 왔다”며 “수억년 전엔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았지만 햇빛이 약해 온난화 순효과는 적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새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4억년이란 기간 동안 지구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100만년당 3~4ppm씩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는 햇빛이 야기하는 온실효과를 없애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설명한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감소 효과를 햇빛 증가가 상쇄했다는 얘기다. 햇빛량이 갈수록 늘어났음에도 왜 장기간에 걸쳐 온난화가 진행되지 않았는지는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하와이 마우나로아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추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climate central
하와이 마우나로아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추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climate central

21세기 중반 북극에 야자수 자라는 날씨 될수도

 연구진은 만약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사용 가능한 모든 화석 연료를 태워버릴 경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250년까지 2000ppm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초기 공룡시대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그 때와 지금은 큰 차이가 있다. 햇빛이 훨씬 밝아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두 요소가 어우러지면 지구는 초기 공룡시대보다 훨씬 더 뜨거워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셰일가스 등 비전통적 화석연료까지 무분별하게 남용한다면 2400년대에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무려 5000ppm에 이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지질학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 유타주의 트라이아스기 지층.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유타주의 트라이아스기 지층.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의 경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오늘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만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지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방치할 경우 이번 세기 중반에는 지구가 5천만년전의 초기 에오세(신생대 제3기)때와 같은 기후가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당시 지구엔 영구동토층은 거의 없었고 캐나다 북극지역에서도 야자나무가 서식하고, 악어가 무리를 지어 살았다. 21세기 중반이면 불과 몇십년 후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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