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편지지와 정갈한 봉투를 꺼내 편지를 씁니다. 이 말이 어울릴까 저 말이 어울릴까 지웠다 쓰기를 반복하며 쓴 편지, 침 묻혀 꾹 눌러 붙인 우표가 혹시나 떨어질까봐 걱정도 합니다. 편지를 빨간 우체통에 넣고 돌아서면 그때부터 답장을 기다리지만 빨라도 4~5일은 걸려야 답장을 받아 보겠지요. 그 느림이 결국 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편지는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문자나 이동전화 그리고 인터넷 편지에 밀려나고 결국엔 전국의 빨간 우체통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해마다 3000여 개씩.
경북 안동시 와룡면 대곡리 마을 어귀 전봇대에는 아직 빨간 우체통이 매달려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도회지로 떠나보내고 남아 산과 들을 굽은 허리로 지켜내는 노인들처럼. 사진·글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고운 편지지와 정갈한 봉투를 꺼내 편지를 씁니다. 이 말이 어울릴까 저 말이 어울릴까 지웠다 쓰기를 반복하며 쓴 편지, 침 묻혀 꾹 눌러 붙인 우표가 혹시나 떨어질까봐 걱정도 합니다. 편지를 빨간 우체통에 넣고 돌아서면 그때부터 답장을 기다리지만 빨라도 4~5일은 걸려야 답장을 받아 보겠지요. 그 느림이 결국 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편지는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문자나 이동전화 그리고 인터넷 편지에 밀려나고 결국엔 전국의 빨간 우체통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해마다 3000여 개씩.
경북 안동시 와룡면 대곡리 마을 어귀 전봇대에는 아직 빨간 우체통이 매달려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도회지로 떠나보내고 남아 산과 들을 굽은 허리로 지켜내는 노인들처럼. 사진·글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