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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친환경 비누 개발 25년…이젠 특허만 7종이죠”

등록 2017-07-19 18:17수정 2017-07-23 22:26

【짬】 비누 만드는 환경단체 이사장, 김강렬씨

김강렬 시민생활환경회의 이사장이 광주에코센터가 생산한 비누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김강렬 시민생활환경회의 이사장이 광주에코센터가 생산한 비누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버려진 깡통을 엮어 만든 대문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3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천변우하로 181 사단법인 시민생활환경회의 사무실을 찾았다. 시민생활환경회의는 국내 유일의 비누운동 단체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실험 도구들과 각종 약초가 놓여 있었다. 사무실 한켠에 놓인 북 겉면엔 검은색 매직 글씨체로 ‘민주쟁취국민운동 광주전남본부’(광주전남국본)라고 적혀 있었다. 1987년 6월항쟁 때 많이 사용됐던 북이다. 당시 광주전남국본 대외협력부장이었던 김강렬(57) 시민생활환경회의 이사장은 “국본에서 활동했던 광주 ‘운동권’ 선배들이 힘을 모아 대안조직으로 만든 것이 바로 시민생활환경회의”라고 말했다.

시민생활환경회의는 1992년 6월 창립 때 1억원을 모금해 비누공장인 광주에코센터를 설립했다. 폐식용유를 수거해 비누를 만들어 강과 물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일각에선 ‘비누 장사를 하는 것이냐?’고 비아냥대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고 자연비누 연구에 몰두했다. 사무국장과 상임이사를 거친 김 이사장은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와 공장에 와서 용접하다가 양복에 구멍이 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초창기엔 비누의 원료를 끓여 휘저어 걸쭉해지면 굳힌 것이 비누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일본의 생활클럽 생협지바와 일본 최대 시민비누공장이던 ‘데가누마 공장’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검화’ 방법을 배웠다.

김 이사장이 공동 집필한 <굿바이 케미컬스>(2013년)를 보면, 비누는 기원전 5천년 이전에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 먹다가 고기 기름과 불에 탄 재가 혼합된 덩어리를 만지다가 때가 지워진다는 것을 깨달아 발명됐다. 동물성 기름과 재의 알칼리 성분이 혼합돼 불 속에서 비누화(‘검화’)가 이뤄진 결과다. 김 이사장은 “과거 우리도 콩대나 볏짚을 태워 만든 재에 물을 붓고 팔팔 끓여 잿물 빨래를 했다”고 말했다.

92년 시민생활환경회의 출범 때
광주에코센터 세워 비누 만들어
폐식용유 수거로 물 살리자는 뜻
6월항쟁 때 광주전남국본 대외협력부장

독자적 제조법 바탕 13종 개발
“큰 회사도 우리 기술 관심 보여”

요즘은 잿물 대신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양잿물(NaOH)을 쓴다. 김 이사장은 “양잿물의 양은 바다 양(洋)자로 ‘바닷의 잿물’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베이킹소다’의 원료이기도 한 양잿물은 적당량을 사용하면 천연물질이다. 그는 대형 탱크 가마솥과 약초 보관실 등을 돌며 비누 제조법을 설명했다.

광주에코센터에선 직원 5명이 일한다. 검화의 첫 단계에서는 9가지 종류의 식물성 기름을 넣고 끓인다. 폐식용유는 세탁용 비누를 만드는 데만 사용한다. 이어 수돗물에서 철분 등을 거른 ‘초순수’에 양잿물을 섞는다. 김 이사장은 “식물성 기름 9가지별로 양잿물을 얼마나 넣는지를 나타내는 ‘검화값’은 영업비밀”이라고 했다.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끓이는 검화 과정을 통해 비누의 원료인 ‘베이스’를 생산한다. 김 이사장은 “최근 국내 굴지의 한 회사에서 검화법에 관심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시민생활환경회의는 독자적인 검화법을 바탕으로 13종(특허 기술 7종)의 제품을 개발했다. 화학성분 보조제를 첨가해 만들어 시중에서 판매하는 ‘복합비누’나 화학물질을 합성해 개발된 합성세제와 달리 ‘친환경적’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가 만든 비누나 비누 샴푸는 24시간이면 물에서 분해된다”고 말했다. 좋은 비누는 인간의 몸을 위협하지도 않는다. 김 이사장은 “약초와 해초를 넣어 개발한 비누샴푸를 쓴 분들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일본협동조합비누운동연락회의 누리집엔 합성세제 샴푸는 인체에 스며들여 간과 장 등 장기를 파괴하고 무정자증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려 있습니다.”

시민생활환경회의는 올해로 비누생산량 3천여t을 돌파했다. 하지만 판로 확대가 여전한 과제다. 1400여명의 회원이 구매해 적자를 겨우 면할 정도다. 그래서 시민생활환경회의는 최근 물 살리기에 동참하자는 의미를 담아 ‘4대강을 살리는 직행 티켓 판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약 10% 정도 싼 값으로 세숫비누 2곽과 비누 샴푸 2종, 주방용 물비누 2개를 1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시민생활환경회의는 광주시민의 상수원인 동복호와 주암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 인근 주민들에게 1994년 이후 50만여장(225t)의 빨랫비누를 기부했다. 김 이사장은 일본 환경단체와 연대해 결성한 ‘아시아비누회의’의 사무국장도 맡고 있다. 아시아비누회의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저개발국가 11곳에 간이 비누공장을 지어줬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 갈 때마다 눈물이 나요. 아직도 빨래를 빨아주고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분들의 손은 전부 갈라져 있어요. 인산염이 든 빨랫비누 탓이지요.”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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