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 서울 방면에 노후경유차 단속 CCTV 기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발전소 9기 가운데 4기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하는 방안과 노후 경유차의 77%를 새 정부 임기 안에 퇴출시키는 계획이 추진된다. 수도권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만 대상으로 하는 배출총량제에 내년부터는 먼지까지 포함시키고, 2019년에는 충청권과 울산·포항 등 동남권, 전남 광양권으로 확대한다. 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은 내년부터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강화된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새 정부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 발표에서 임기 안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목표로 내걸고 제시한 대책들을 구체화하면서 시행 일정을 담은 새 정부 미세먼지 대책의 로드맵에 해당한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우리나라는 중국 등 국외 영향에 취약한 지정학적 특성도 있고, 다양한 국내 배출원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어 단기간 내에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단기대책을 집중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배출 집중 감축과 국제협력 강화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던 ‘공정률 10% 미만 화력발전소 9기의 원점 재검토’는 이번 정부 종합대책에서 4기를 엘엔지발전소로 교체 건설하는 방안을 사업자와 협의해 추진하고, 나머지 5기에 현재 국내 석탄발전소 가운데 가장 최신 방지설비를 갖춘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와 같은 최고 수준의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구체화됐다. 발전사들과 엘엔지발전소 전환을 협의 중인 4기는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않고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다. 도로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 대책은 2005년 이전 출고된 노후 경유차 286만대 가운데 221만대를 조기 폐차와 운행제한 확대 등을 통해 2022년까지 퇴출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대선 공약에서 충남권에 국한했던 대기배출총량제 확대 지역은 이번 대책에서 동남권과 광양권까지 늘려잡았다.
현재 1㎥에 50㎍인 미세먼지(PM2.5) 24시간 대기환경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일본과 같은 35㎍/㎥으로 강화된다. 어린이들의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기 위해 통학 차량을 친환경차로 교체하고, 체육관이 없는 전국의 979개 초·중·고에 2019년까지 실내체육시설이 설치된다.
종합 대책에는 이밖에 가동 30년 이상된 노후 석탄발전소의 새 정부 임기안 폐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봄철(3~6월) 가동 일시 중단,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의 대기배출허용기준 강화,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제 도입, 수도권사업장 대상 먼지총량제 2018년 시행, 친환경차 보급 확대, 미세먼지 문제의 한·중 정상회담 의제화와 동북아 미세먼지 협약 추진 등도 담겼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내용 가운데 먼지총량제 시행, 대기총량관리제 수도권 이외 지역 확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차협력금제 도입, 학교와 어린이집 같은 민감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실내미세먼지 유기기준 신설, 어린이 시설이나 요양시설이 밀집된 지역에 노후 경유차 출입을 제한하는 ‘미세먼지 프리존’ 도입 등은 이전 정부에서 지난해 6월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에는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산업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미세먼지 민·관 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대책을 보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종합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2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이 31.9% 줄어들고, 현행 미세먼지 예보 기준에 따른 전국의 미세먼지 나쁨(50㎍/㎥) 이상 발생일수가 70% 감소할 것이란 것이 정부의 기대다.
이를 위해서는 2022년까지 모두 7조2000억원에 이르는 예산 확보, 배출허용기준 강화와 배출총량제 확대 시행 등에 따라 1조원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산업계의 협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가 이번 종합대책에서 특단의 조처로 앞세운 석탄발전소 4기의 엘엔지발전소 전환 추진도 아직 사업자의 동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석탄발전소를 엘엔지로 전환하는 것은 민간 자율적 추진을 원칙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는 그렇다”며 “지금 사업자들과 긴밀한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안 차관은 박근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서 검토됐던 경유차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에너지상대가격 조정 문제와 관련해 “지금의 미세먼지 대책과 별도의 기회를 통해서 논의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기존 대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는 세제 개편이라는 정책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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