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충남 아산에서 발견된 야생오리 집단 폐사체. 환경부 제공
지난 21일 충남 아산에서 집단 폐사한 야생오리의 위 속에서 발견된 볍씨. 살충제에 주로 쓰이는 농약 성분인 카보퓨란이 고농도로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제공
지난 21일 충남 아산에서 발견된 야생오리 집단 폐사체 주변에 뿌려져 있는 볍씨. 분석 결과 살충제 성분인 카보퓨란이 924.1㎎/㎏의 고농도로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제공
최근 1년간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 폐사가 10건 가운데 7건꼴로 인간에 의한 농약 중독이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야생조류가 같은 장소에서 2마리 이상 죽은 집단폐사 사례 32건(633마리)을 분석해 87.5%인 28건(533마리)에서 농약 성분을 검출했다고 30일 밝혔다. 정원화 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이 가운데 검출 농도가 낮은 6건을 제외한 22건의 폐사가 농약 중독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집단 폐사한 야생조류 사체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은 살충제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카보퓨란, 카보설판, 포스파미돈, 벤퓨라캅 등 14종이다.
환경과학원은 집단 폐사 32건 가운데 농약 성분이 아예 검출되지 않은 4건과 치사량 이하의 저농도로 검출된 6건 등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나머지 10건은 아사나 사고사, 질병사와 같은 자연환경 속의 일반적인 죽음의 형태일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시선을 끈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32건 모두에서 검출되지 않아, 분석 대상 집단 폐사와 에이아이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7년 한 해 동안 국립환경과학원에 분석 의뢰된 야생조류 폐사체 1971마리에 대한 전수 조사에서는 1.37%인 27마리한테서 에이아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난해 3월23일 경남 창원에서 집단 폐사한 직박구리 119마리의 위와 간 등에서는 농약 성분인 포스파미돈이 치사량을 크게 웃도는 최고 106㎎/㎏·평균 54.2㎎/㎏의 고농도로 검출됐다. 영국곡물생산협회(BCPC)는 이 농약 성분의 치사량을 청둥오리를 기준으로 3.8㎎/㎏로 보고 있다.
지난 17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떼까마귀 86마리 집단폐사 사체에서는 살충제에 주로 쓰이는 농약 성분인 펜치온이 최고 650.1㎎/㎏·평균 342.17㎎/㎏의 고농도로 검출됐고, 21일 충남 아산에서 발견된 야생오리 22마리 집단 폐사체에서는 치사량의 45배가 넘는 평균 농도 114.6㎎/㎏·최고 농도 225.4㎎/㎏의 카보퓨란이 검출됐다.
정원화 팀장은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야생조류의 체내 내용물에서 확인된 농약 성분 농도는 새들이 들판에 떨어진 낙곡을 주워 먹는 것으로는 나오기 어려운 고농도여서 인간의 고의나 농약 취급 부주의 등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1일 아산 야생오리 집단 폐사체 주변에서는 카보퓨란 성분이 924.1㎎/㎏의 고농도로 함유된 볍씨가 살포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