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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너무 추우면 안되는데…” 평창 예보관은 이 시간에도 속이 탄다

등록 2018-02-07 10:17수정 2018-02-07 11:09

[윤기한 기상예보관의 평창올림픽 현장 일기]
칼바람 대관령에서 각종 일기도 놓고 씨름
3일 리허설 때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초긴장
다행히 예보모델들 9일엔 다소 높게 예측해
경기 시작되는 10일 다시 추워질 것 같아 걱정
경기장별 예보관들 수시 통화하며 예보 생산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는 36명의 기상전문 인력을 포함한 모두 66명의 기상지원단이 파견 나가 있다.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 여부는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정확한 기상 예보는 그만큼 중요하다. 기상지원단의 윤기한 예보관이 현장 일기를 <한겨레>에 보내왔다.

윤기한 평창동계올림픽 기상지원단 예보관
윤기한 평창동계올림픽 기상지원단 예보관
돌담길을 돌아섰을 때 맞닥뜨린 산처럼 2월의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예보관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 기상지원단에 파견되자 개막식 날인 2월9일은 넘어야 할 거대한 산으로 다가왔다. 이제 저 산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

파견 첫날인 2일 어리둥절하게 기상지원단 발대식을 마치고 조직위 건물 2층에 자리한 예보센터로 향했다. 지난달 29일부터 파견 나와 있던 몇 명의 동료들은 이미 익숙한 듯 자리에 앉자마자 화면 가득한 일기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산을 가기 위해 가장 먼저 물통부터 챙기는 것처럼. 기상지원단은 36명의 기상전문 인력과 30명의 기상관측 자원봉사자 등 모두 66명으로 구성돼 있다. 2월26일까지 올림픽 현장의 기상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이어 3월에 열리는 패럴림픽에도 다시 지원을 나간다.

■ 2일~3일 : 66명의 기상지원단, 이제 실전이다

언론에 2월9일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도착할 때부터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특히 토요일인 3일 개막식 리허설 때는 상당히 추울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오늘(2일) 밤부터 야근 근무자는 예보업무를 시작한다. 이제 실전이다.

이틀째 날이 밝았다. 내가 파견된 곳에서 대관령은 지척이다. 아니 사람 사는 곳으로 치면 이곳이 대관령이다. 입김이 하얗게 쏟아져 나온다. 땅 위에는 눈이 와 쌓였고 또 1㎝ 안팎의 눈이 오고 있다. 큰 눈은 아니지만 올림픽 플라자에서 서쪽으로 40㎞ 정도 거리의 휘닉스파크 올림픽경기장은 새벽부터 오전 사이에 5~8㎝의 눈이 왔다. 지근거리인데도 눈의 양은 차이가 크다. 경기장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다행히 아침부터 휘닉스파크 경기장에 실시간으로 눈 실황과 예측 상황을 알려주면서 대처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개막식 날인 9일은 추위가 7일께 풀리면서 점차 기온이 올라가는 능선에 위치해 다행이다. 하지만 바람이 문제다. 아직 9일이 ‘춥다’ ‘춥지 않다’ 단정하기는 이르다. 추위에 관심이 많아진 상황에서 기상청 본청이나 이곳 올림픽기상지원단에서 아직 단정적으로 발표하기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기상 모델들은 대체로 10일 오후에 다시 기온이 떨어지는 추세로 모의하는 경향을 보인다.

■ 4일~5일 : 영하 19도 찍었다…9일 밤은 덜 춥길

일요일(4일)이다. 이제부터는 주말도 설 연휴도 없다. 모처럼 날이 맑게 개었다. 본격적인 강원 산간의 기온을 맛본다. 옷은 든든하게 껴입어 허리는 적도지만 코는 시베리아다. 어젯밤 개막식 리허설 시간에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지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돌았다. 개막식 추위에 대한 걱정을 줄여주기는커녕 확인시켜주는 리허설이 됐다. 9일 밤 예보를 다시 분석한다. 이번 추위보다는 기온이 덜 내려갈 것으로는 나온다. 영하 10도 이하로까지는 떨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커 마음 속으로만 ‘다행이다’하고 한숨을 쉬어야 한다.

5일에도 맑은 하늘이 청청하다. 한파 경보가 발령되고 기온은 영하 19도를 찍었다. 체감온도는 영하 25도 이하다. 기상 모델들은 다행히도 추위가 7일 낮부터 조금씩 누그러지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춥기는 하지만 현재 날씨가 올림픽 준비하는 데 장애를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는 보안도 강해졌다. 도착한 1일만 해도 출입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조직위 건물로 들어올 수 있었는데, 오늘부터는 가방을 열어 보여야 하고 물과 음식물 반입이 안된단다. 공항처럼 엑스레이 검사기도 통과해야 한다. 긴장감이 감돈다. 보안이 강해지는 것만큼 개막실 날씨 예보도 오차 범위를 줄여야 하는데 세간의 관심은 반대로 더 넓어지고 강해진다.

예보센터로 개막식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아졌다. 개막식 기온에 대한 예측 기사도 늘어난다. 7일 오후 4시 개막식 날씨에 대한 브리핑을 올림픽 메인프레스 센터에서 하기로 계획돼 있다. 개막실 날씨에 대한 최종 예보는 브리핑에서 발표된다. 9일 날씨 예보는 마치 요리하는 것처럼 분석일기도, 북반구 일기도, 과거 유사사례 펼쳐놓고 자르고 다지고 하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하늘 상태, 기온, 바람, 체감온도 등을 만들어 맛보고 또다시 확인하고 예측한다. 100% 만족할 때까지, 완벽해질 때까지 분석은 계속될 것이다.

예보 분석에서 9일 밤은 기온이 지난 토요일 밤에 비해서는 높을 것으로 나왔다. 예상 기온 구간도 많이 좁혀져 불확실성이 줄고 있다. 한파를 몰고온 대륙고기압이 이동성고기압으로 바뀌면서 남서계열의 바람이 불 수 있는 상황이 점점 더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구름이 많거나 흐릴 것으로 예상돼 눈이 조금 올 가능성은 따로 찬 주머니처럼 남겨둬야 한다.

■ 6일 : 10일엔 눈소식 심장이 저려온다

6일이다. 어제보다 더 춥다. 추위도 적금처럼 쌓이는가보다. 비슷한 기온이라도 첫날보다 둘쨋날이 더 춥게 느껴진다. 땅도 도로도 더 얼어버린 것 같다. 북서풍이 불면서 공기도 하늘을 닮아 서슬 퍼렇게 차갑다. 각 경기장에서는 9일 날씨뿐만 아니라 10일·11일의 날씨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개막식은 올림픽의 시작이자 대중적인 잔치로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큰 행사다. 많은 관중과 선수단의 건강문제로 언론에서나 조직위에서 무척 예민해지고 있다. 하지만 개막식 뒤 실전에 돌입하는 선수들이나 각국 코치진,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각 경기장 운영진들은 10일과 11일 날씨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9일 개막식이 기온 능선의 정점이라면 10일 새벽부터는 가파르게 내려가는 능선의 뒤쪽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 나가 있는 기상청 기상지원단 사무실. 기상청 제공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 나가 있는 기상청 기상지원단 사무실. 기상청 제공
2월 초부터 북극에 위치하던 찬공기 덩어리가 남하하면서 약해지지 않고 우리나라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찬공기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는 시점이 10일 새벽부터다. 9일 밤은 따뜻한 공기의 막차를 탄 듯 벗어나고 10일 새벽부터 찬 공기의 경계가 다가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 올림픽 경기장 지역에서는 다시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새벽부터 오전 사이 가능성이 크고, 실제 올림픽 기간 안에 오는 눈이라 다시 긴장감이 커진다. 심장이 저려온다.

오후에 각 경기장의 파견돼 있는 예보관들과 통화했다. 이번 기상청의 올림픽 예보관들은 크게 역할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 팀은 조직위 기상예보센터(WFC)에서 모여 각 경기장의 날씨를 실시간으로 예보한다, 다른 팀은 각 경기장 현장에 파견돼 경기장 코치진, 운영진을 직접 만나 기상상황과 예보를 설명하는 일을 맡는다. 각기 분산돼 있는 예보관들의 예보 분석과 의견을 가지고 토론을 하기 위해 오후 4시에 화상회의 통화를 했다. 화상회의에서는 개막식 날씨에 관해 구름이 많거나 흐린 정도로 의견이 나왔다. 10일 날씨에 대한 분석을 좀더 강화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개별 예보관들의 생각은 점차 한 의견으로 수렴돼간다. 이 수렴이 단순 평균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칫 의외의 기상 상황은 평균으로 빨려 들어가 잘 표현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막차에 둘째아이를 떠나 보내고, 다시 막내를 차에 태워 보내야 하는 고향집 어머니의 심정이 이럴까. 끝나지 않은 변화무쌍한 날씨에 하나하나 챙겨야 하는 예보관은 이 시간 속이 타들어간다.

윤기한 기상청 평창동계올림픽 기상지원단 예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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