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을 기준으로 계절을 구분할 경우 같은 도시에서도 숲, 공원 등의 ‘그린인프라’ 면적에 따라 여름 길이가 최대 두 달 가량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름의 길이는 일반적으로 기온 외에 장마기의 강수량 특징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해 평가하고 있으나, 일 평균 기온과 극한기온값의 7일치 이동평균값(STD)만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린인프라는 생태계 기능회복을 목표로 만들어진 자연적인 공간 혹은 자연에 가까운 공간들의 기반 시설로 공원, 수역, 산림 등을 말한다. 반대 개념으로 도로, 철도, 상업지구 등의 그레이인프라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수원시의 수원시청(인계동), 효원공원(인계동), 상광교동(백운산 인접), 칠보산(호매실동), 농경지(입북동), 원천동, 영통2동(주민센터), 팔달산(우만1동), 장안구청(조원동), 광교호수공원(하동), 수원기상청(서둔동) 등 11개 지역에서 기온을 기준으로 한 계절 길이와 측정지역 반경 500m의 그린인프라와 그레인인프라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수원시 11개 지역의 계절별 평균 길이는 봄 72일, 여름 134일, 가을 52일, 겨울 107일로 측정됐고, 이 가운데 그린과 그레이인프라 면적에 따라 여름 길이가 평균 30.5일·최대 57일까지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린인프라 면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광교동(93%), 칠보산(68.5%), 농경지(85.8%)는 평균 20일 이상 여름길이가 짧았고, 그린인프라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은 원천동(21.9%), 수원시청(7.3%), 영통2동(5.0%)은 20일 이상 길었다.
특히 그레이인프라 비율이 92.7%로 가장 높은 수원시청의 여름 길이가 157일인 반면 그린인피라 비율이 가장 높은 상광교동의 여름 길이는 이보다 57일 짧은 100일에 불과했다. 수원시청과 효원공원은 직선거리 약 820m로 매우 인접해 있음에도 여름길이에 19일의 차이를 보였다.
환경과학원은 “매우 인접한 도심 지역에서도 그린인프라 비율에 따라 계절 길이에 큰 차이를 보여, 도심의 공간계획 시 그린인프라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린과 그레이인프라 면적은 여름 길이 외에도 열대야 일수, 여름 평균온도 등과도 관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종천 국립환경과학원 자연환경연구과장은 “그린인프라는 시민의 삶의 질, 대기오염 정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효과적인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라면서, “환경보전계획을 세울 때 그린인프라 비율을 높여 도시의 열쾌적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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