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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8 18:59 수정 : 2019.03.08 22:43

관측 사상 최고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보인 5일 서울 시내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관측 사상 최고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보인 5일 서울 시내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목이 칼칼하고 속이 메슥거리는 느낌은 그저 기분 탓일까? 괜찮은 걸까? 언제쯤 ‘매우 나쁨’에서 ‘나쁨’ 정도로라도 떨어지려나?

우울과 불안의 엿새였습니다. 대체 미세먼지는 언제쯤 우리 걱정거리에서 멀어질까요? 당장 답도 없어 답답함은 더합니다. 다행히 좋은 바람이 불었고 고농도는 물러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뾰족한 대책 없이 다음번 고농도를 맞이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토요판팀에서 과학, 환경, 보건의료의 알쏭달쏭 이슈를 다루느라 진땀 빼는 오철우입니다. 지난달에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기사(<한겨레> 2월16일치 ‘한국 미세먼지 내리막 왜 멈췄나’)를 썼습니다. 지난 30년간의 우리나라 대기오염 관리정책을 돌아보면서 현재 미세먼지 대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의 기사였습니다. 많은 분이 말씀하시듯 미세먼지가 몇가지 해법으로 단박에 풀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취재하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새로 알고 느낀 점들을 독자분들과 나눠보려 합니다.

먼저 미세먼지가 피어올랐다 가라앉는 그냥 먼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체와 액체 상태로 떠다니는 입자 오염물질인 미세먼지는 어제도 오늘도 비슷한 양으로 배출됩니다. 총량은 비슷하죠. 그런데도 우리가 겪는 ‘농도’가 달라져 어제는 ‘좋음’, 오늘은 ‘매우 나쁨’이 되는 것은 주로 그날의 바람, 기온, 일사량 등의 날씨 때문입니다.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대표적인 기상 조건이 ‘기온역전’입니다. 환경부 설명자료(<미세먼지, 도대체 뭘까?>)에도 친절한 설명이 있습니다. 흔히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은 떨어집니다. 산에 오를 때 누구나 느끼죠. 그런데 더러 지상 부근보다 더운 공기가 위쪽에 형성되곤 하는데 이를 기온역전이라고 합니다. 이런 조건에선 위쪽 더운 공기가 아래쪽을 덮개처럼 누릅니다. 공기는 더운 쪽에서 찬 쪽으로 이동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지상 쪽 대기오염물질이 갇힌 꼴이 되고 농도가 높아집니다.

또한 계절별로 기상과 대기 상태가 달라지면서 미세먼지 농도도 변합니다. 봄에는 이동성 저기압과 건조한 지표면 탓에 고농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가 자주 내리고 대기순환이 원활한 여름과 가을엔 농도가 낮아집니다. 겨울엔 난방연료 사용이 워낙 크게 늘어 농도가 높아집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고농도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악조건 날씨에 대비해 평상시 배출량을 낮게 관리하는 정책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국외 유입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특히 우리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상당한 정도로 받는, 지리적으로 나쁜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고농도가 수십 시간 뒤에 한국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중국 영향도 바람(풍향, 풍속) 등 기상 변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난해 11월 고농도 때의 경우엔 중국보다 국내 요인이 크게 작용했지요. 같은 북서풍이라도, 강하게 불면 환기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2016년 한국 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한국 대기질 조사를 수행한 뒤 펴낸 <예비종합보고서>에는 “관측 기간(5~6월) 중, 동아시아와 중국의 영향은 대체로 적었다”고 정리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미세먼지는 일상적인 배출량, 기상과 대기 흐름, 국외 유입, 2차 생성 미세먼지(여러 기체 물질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미세먼지) 등 여러 요인이 안 좋은 쪽으로 결집할 때 고농도로 치닫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렇게 원인이 복합적이니 해결책도 복합적이어야 하겠지요.

그중 하나가 중국과 협력해 동북아 대기질을 개선하는 문제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오염물질을 여러 국가가 협력해 감축한 모범 사례가 이미 있습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주관해 1979년 체결한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CLRTAP)이 그것입니다. 지금까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배출량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갈등을 줄이고 공동행동에 나서게 한 상호신뢰의 비결 중 하나는 지속적인 공동조사와 협력연구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동북아에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LTP) 공동조사사업과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가 있습니다. ‘대기질 공동체’라는 인식과 신뢰가 출발점이 되어 동북아에도 대기질 개선 성과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도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어느 배출원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각각의 배출원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 감축을 이뤄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국내 요인에 대한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갖추고 실질적 감축을 이뤄내야, 국제 무대에서 탄탄한 기초연구와 대기정책을 갖춘 나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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