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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4 04:59 수정 : 2019.09.24 04:59

지난 20일 미국 뉴욕 로어맨해튼 거리에서 각국에서 모인 청소년들이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벌이며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 맨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파란 옷을 입은 청소년이 한국의 청소년기후행동을 대표해 참여한 김유진(17)양이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뉴욕서 ‘결석시위’ 참여한 김유진양
유엔 기후 정상회의 ‘행동 촉구’
세계 수십만 청소년과 거리행진

“어른들은 기다리라고 말하지만
우리 미래를 놓고 도박하는 일
지금이 기후위기 대응할 마지막”

지난 20일 미국 뉴욕 로어맨해튼 거리에서 각국에서 모인 청소년들이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벌이며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 맨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파란 옷을 입은 청소년이 한국의 청소년기후행동을 대표해 참여한 김유진(17)양이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각), 수십만명의 인파가 미국 뉴욕 로어맨해튼 거리를 가득 메웠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이들은 이곳에서 “기후와 생태계의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며 각국 지도자들에게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들 가운데 한국의 청소년 김유진(17)양이 있었다. 한글로 ‘청소년기후소송단’이라고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그는 시위대의 맨 앞줄에 서서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과 함께 전세계를 향해 ‘기후변화 긴급 행동’을 촉구했다. 각국 청소년들은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라고 적힌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시작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6)도 참여했다. 툰베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청소년 결석시위와 21일 열린 청소년 기후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달 비행기가 아닌 태양광 소형 요트에 올랐다. 그는 이 배를 타고 영국 플리머스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 15일 만인 지난달 28일 뉴욕에 도착했다.

20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 한국의 청소년기후행동을 대표해 참여한 김유진(17)양이 현지 언론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지난 18일 출국한 김양은 뉴욕 결석시위 하루 전 미국의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을 만나 시위 기획에 참여했다. 20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온 수십만명의 사람과 함께 걸으며 그는 여전히 이 문제에 무관심한 한국을 떠올렸다고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위대와 거리마다 줄을 선 기자들, 도로 주변을 가득 채운 시민들을 보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전율을 느꼈어요. ‘(한국과 달리)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갖고 함께하는구나’란 생각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미국 출국 전 김양은 <한겨레>와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후위기행동을 시작한 뒤 많은 사람으로부터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데 대학에 가서 활동해도 되잖아’란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선택’은 곧 ‘포기’를 의미한다는 것을 아무도 헤아리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인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해요. 그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금의 어른들이 ‘너희들은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미래를 놓고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이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고, 우리가 지금 지구의 마지막 세대니까요.” 그가 말했다.

김양이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기후소송단’은 지난해 8월 꾸려졌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부터는 ‘청소년기후행동’이란 이름으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거리시위’ 등을 정기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단체 소속 청소년들은 지난 3월16일과 5월24일 서울 광화문 등에서 ‘결석시위’를 이어갔고, 오는 27일에도 광화문에서 1만명이 참여하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청년 기후행동 정상회의’(UN Youth Climate Action Summit)에 참석한 청소년기후행동의 김유진(17)양과 정주원(25)씨의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김양은 거리시위 이튿날인 지난 21일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함께 활동하는 정주원(25)씨와 유엔본부에서 열린 ‘청년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청년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500여명의 젊은 기후활동가와 기업가를 초청해 마련한 자리였다. 비록 이 자리에서 발언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그는 “유엔이 청소년과 청년을 미래세대가 아닌 현재의 당사자로 인정한 역사적인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청년 회의에 참석하고 앞으로 갈 길이 얼마나 먼지를 뼈저리게 느꼈어요. 우선 그날 하루를 위한 행사라는 느낌이 강했고, 참석한 청년들의 목소리는 크게 부각되지 않은 점이 아쉽더라고요.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도,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일도, 해야 할 일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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