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언제까지 설득만…“환자 선택권보다 생명 우선”
치료 손놓은 병원 책임방기 지적
치료 손놓은 병원 책임방기 지적
동국대 일산병원이 100일 넘게 단식 중인 지율(48) 스님이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입원한 지 13일이 지나도록 수액주사조차 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 동국대병원이 환자의 생명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께부터 단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지율 스님은 5일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이후 혈액검사, 전해질검사, 신장기능검사 등의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율 스님은 수액주사를 포함한 모든 치료를 거부한 채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입원 당시 31㎏이던 지율 스님의 몸무게는 28.3㎏까지 줄었고, 혈압이 낮아지고 맥박은 빨라졌다.
지율 스님을 맡고 있는 이 병원 김영권 교수(내과)는 16일 “현재는 치료를 거부하고 있으나 치명적인 부정맥이 나타나면 개입할 것”이라며 “치료 중 사망할 가능성이 있고 소생되더라도 영구적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의 이런 태도는 치료를 사실상 방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낸 김선욱 변호사는 “단식으로 이미 환자의 몸이 많아 망가졌고 치료를 해도 장애가 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환자가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며 “치명적 부정맥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 늦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은 환자의 자기선택권보다 생명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특히 의사는 환자에 대해 보증인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지 않다가 스님이 목숨을 잃거나 장애를 갖게 되면 병원은 유기치사죄나 유기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교수도 “동국대병원이 조계종의 영향력 아래 있는 병원이기 때문에 적극 치료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병원이라면 환자 상태가 이 정도로 나쁠 경우 벌써 강제치료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병원 쪽은 “현재 스님의 건강상태가 매우 안 좋고,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로 개입했다가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하게 스님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치료를 받도록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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