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바비’가 제주도를 향해 북상하는 가운데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앞바다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8호 태풍 ‘바비’의 위력이 심상치 않다. 25일 기상청 태풍 통보문을 보면 바비는 북위 30도 근방인 제주도 서남서쪽 190㎞ 해상을 이동하는 26일 오전 9시께 중심기압이 940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47m, 강도 ‘매우 강’의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풍은 저기압이어서 중심기압 수치가 작을수록 세력이 크다. 최대풍속 초속 44m 이상이면 사람과 커다란 돌이 날아갈 정도의 강도다. 최대순간풍속 역대 1위(초속 60m)를 기록한 2003년 태풍 ‘매미’가 이 위치에서 940헥토파스칼이었다. 당시 해수온은 28도, 현재 제주 인근 바다는 30도다. 바비의 위력이 매미보다 더 커질 수 있는 조건이다.
태풍 바비와 유사한 경로와 강도를 보인 2019년 태풍 ‘링링’, 2012년 태풍 ‘볼라벤’과 비교해봐도 바비가 훨씬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링링과 볼라벤 모두 바비처럼 제주 서쪽을 지나 서해상으로 북상해 북한 황해도 연안으로 상륙했다. 링링은 최대순간풍속 역대 5위를, 볼라벤은 역대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주를 지날 때 링링은 955헥토파스칼, 볼라벤은 960헥토파스칼로, 바비보다 강도가 약했다. 더욱이 볼라벤은 서해로 접근하면서 태풍 상하층이 분리돼 약해졌고, 링링도 북쪽에서 내려온 건조공기와 부닥쳐 힘이 빠졌다. 한상은 기상청 예보전문관은 “하지만 현재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바비의 세력을 약화시키거나 경로를 이동시킬 주변 기상요소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태풍 바비는 27일 0시께면 전북 군산 서쪽 120㎞ 해상을 지날 때 여전히 강도 ‘매우 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태풍 링링은 제주에서 황해도 연안까지 경유한 시간이 12시간인 데 비해 바비는 볼라벤처럼 15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강풍 피해 영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링링과 볼라벤 때는 강수에 의한 피해보다 강풍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6~7일 우리나라를 강타한 링링은 사망 3명, 재산 손실 334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23명의 부상자도 생겼는데 방재 중 다친 소방공무원과 경찰관도 11명에 이르렀다. 볼라벤은 바로 이어 제14호 태풍 ‘덴빈’까지 겹쳐 11명의 인명 피해와 6365억원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천리안위성 2A호가 25일 오후 9시께 촬영한 영상으로, 제8호 태풍 ‘바비’가 눈이 보일 정도로 발달해 제주에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다. 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이날 “현재 눈이 보일 정도로 세력이 커진 바비는 고수온역인 제주도 인근에서 강풍 반경 420㎞가 넘는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해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위치한 우리나라 전역이 강풍 피해 영역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제주도, 남해안 서해도서와 서쪽 지방은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태풍 바비는 비구름도 몰고 와 많은 곳은 500㎜ 이상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27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전라도와 제주도, 지리산 부근은 100~300㎜, 경남 남해안, 경북 서부 내륙, 서해5도 50~150㎜, 전국 나머지 지역은 30~100㎜이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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