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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카페 많은 제주도, “꼼꼼 살균 다회용컵과 여행하세요”

등록 2021-05-26 15:10수정 2021-12-28 20:01

제주 다회용컵 대여 업체 ‘푸른컵’ 운영 한정희씨
“다회용컵 사용이 제주 여행의 기본값 되길”
25일 제주에 사는 한정희 푸른컵 대표가 푸른컵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푸른컵 제공
25일 제주에 사는 한정희 푸른컵 대표가 푸른컵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푸른컵 제공

“제주 오는 분들은 공항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공항을 통한다면 제로웨이스트립(zerowaste+trip)이 가능하다고 봤어요. 제주에서 마음에 위안을 얻고 치유받는 만큼, 제주를 해하지 않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립’을 꿈꾸는 한정희 푸른컵(43) 대표는 26일 “제주는 일회용품이 용납되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최근 제주 내 다회용컵 대여 업체 ‘푸른컵’을 창업했다. 6월 한 달 동안 제주공항 1층에 도착하면 푸른색 스테인리스 다회용컵을 빌릴 수 있다. 제주의 협재·함덕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 색이라 회사 이름도 컵 이름도 ‘푸른컵’이다. 제주 카페 23곳 이상에서 일회용컵 대신 사용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렌터카 컵홀더에 잘 맞는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주만 쓰면 플라스틱컵을 사용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을 따라잡는다고 한다.

한 대표는 ‘과거’가 있다. 2011~15년 그린피스 해양캠페이너로 활동했다. 스스로를 “나무를 끌어안고 교감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한 대표는 늘 제주의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던 중 건강때문에 직업으로서의 환경운동은 그만 두고 재활을 위해 제주에 왔다. 프리랜서로 국제환경단체 자료 검색과 문서 번역 활동을 해왔다. 2018~19년에는 전세계 어선 움직임을 위성으로 추적해 어업활동을 감시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제단체 글로벌피싱워치의 한국 활동을 맡았다.

“그동안 자연과 실제로는 연결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제주 입도 5년 동안 서울에서 보이지 않던 자연과 더 많은 교감을 하게 됐다고 한다. 도시에서 살 때는 슈퍼 태풍이 와도 건물 안에 있으면 그만이고 폭염이면 에어컨을 틀었다. 쓰레기를 버려도 다음날 아침이면 환경미화원이 치워주는 덕분에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자연이 생계, 생존과 직결”됐다.

한 대표가 발견한 제주의 환경 문제는 기후위기·난개발 등 여러 가지였다. 특히 쓰레기 문제는 심각했다. 그도 여느 제주도민처럼 바다를 산책할 때면 늘 쓰레기를 주웠다. 하지만 변화가 없었다.

특히 제주는 전국에서 인구 대비 카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관광객들이 찾아와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잔을 하고 돌아가지만, 그 자리에는 일회용컵이 남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구 1만명 당 카페 수는 전국 평균 19.1개다. 서울은 21.6개, 대전 19.3개, 부산 15.7개와 비교할 때 제주는 무려 33.2개에 달한다. 도민 수는 67만명에 불과하지만 카페는 2239개에 이른다. 다회용컵을 내밀어도 일회용컵에 주는 카페가 너무 많다.

“코로나 이후 일회용컵 사용이 더 늘었습니다. 바다에는 일회용컵뿐 아니라 각종 어구, 장화, 낚시바늘, 라면 봉지, 스티로폼 박스, 생수병 등이 떠다녀요. 제주를 아름다운 휴양지와 여행지로만 여길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친환경 실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한 대표의 꿈은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통해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을 받으며 현실이 됐다.

제주도 내에서 푸른컵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들. 현재 23곳으로 표기돼 있으나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푸른컵 제공
제주도 내에서 푸른컵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들. 현재 23곳으로 표기돼 있으나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푸른컵 제공

코로나19시대에 사람들은 훨씬 더 위생에 민감해졌다. 관광객이 사용 후 반납한 푸른컵은 미온수 불림→뚜껑 실리콘 분해 세척→고온·고압수 세척→정밀 검수→자외선 살균 보관된다고 한다. 식당에서 남이 썼던 식기를 안심하고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푸른컵 쪽은 “공장에서 만들어 진 뒤 세척·살균을 거치지 않은 일회용 식기보다 세척한 다회용 식기가 더 위생적”이라고 했다.

반응은 좋다. 함께 하겠다는 카페들이 늘고 있다. 아직은 ‘힙’한 카페보다 독립·친환경 컨셉 카페 응답율이 높다. 한 대표는 “참여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포함해 친환경 젊은이들과 협업할 방법을 찾고 있다. 시범서비스 평가 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도 연락해서 참여 업체 수를 차츰 늘려가려 한다. 제주에서는 다회용컵 이용이 기본값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6월 한 달 동안 300개 푸른컵을 시범 대여한다. 대여 신청은 홈페이지인스타그램 채널 등으로 보증금 1만원을 내고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제주공항 1층 4번 게이트 근처에 있는 푸른컵 부스에서 컵을 받은 뒤, 제주를 떠날 때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푸른컵 제공
푸른컵 제공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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