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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따뜻한 바다에 사는 50종의 날치는 돌고래나 다랑어 같은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바다 위를 글라이더처럼 난다. 약 30초 동안 초속 10~20m 속도로 400m를 활공해 어리둥절해진 추격자를 따돌린다. 이런 날치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공룡이 사라진 약 6500만년 전 신생대 에오세 때였다.
그런데 공룡시대가 시작되기 직전인 중생대 초에도 날치가 살았다. 형태는 현재의 날치와 비슷하지만 머리는 고대 물고기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기를 쓰고 피하고자 했던 포식자는 돌고래가 아니라 거대한 어룡이나 길이 3m에 이르는 고대 포식어 비르게리아였다.
구왕 후이 쑤 중국 학술원 척추동물 고생물학 및 고인류학 연구소 박사 등 중국 고생물학자들이 중국 남부 귀저우에서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 중생대 날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오랜 날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영국 왕립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날치가 2억 4700만년 전에 시작하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중기 때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남부 귀저우의 이임 속에서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 고대 날치의 화석. 사진=구왕 후이 쑤 외,
날치는 비대한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활공한다. 그렇지만 큰 가슴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가 다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건 아니다. 비행의 핵심 기관은 비대칭적인 꼬리지느러미로, 특별히 큰 꼬리지느러미 아랫부분으로 물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포타닉시스 징구엔시스(Potanichthys xingyiensis)란 학명의 이 고대 날치는 몸길이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큰 가슴지느러미와 둘로 갈라진 배지느러미, 그리고 비대칭적인 꼬리지느러미를 지녔다. 네 개의 큰 지느러미를 펴고 마치 복엽기처럼 날았을 것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현재 날치는 2개 또는 4개의 ‘날개’로 나는 두 부류로 나뉜다.
이번 발견은 고생대의 종말을 불러온 2억 5100만년 전 페름기 대멸종 사태 뒤 생태계 회복이 예상보다 빨랐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 대멸종 사태 때 바다 생물종의 90~95%가 사라졌다.
또 당시의 바다가 날치가 살 수 있을 만큼 따뜻했음을 보여준다고 논문은 밝혔다. 날치는 표층 수온이 20~23도인 바다에서 서식하는데 수온이 20도에 미치지 못하면 근육의 활력이 떨어져 비행이 불가능해진다.
고대 날치의 또 다른 화석. 보존상태가 매우 좋다. 사진=구왕 후이 쑤 외,
당시 중국은 한반도와 함께 초대륙 판게아의 한 부분이었는데, 팩맨 게임의 캐릭터처럼 생긴 초대륙의 입 부분에 해당하는 고 테티스해의 들머리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위도가 적도에 가까워 매우 따뜻한 기후였다. 이번 연구는 그런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중생대의 날치는 이후 멸종했고 현재 날치의 조상은 신생대 때 별도로 진화한 것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 new stem-neopterygian fish from the Middle Triassic of China shows the earliest over-water gliding strategy of the vertebrates
Guang-Hui Xu, Li-Jun Zhao, Ke-Qin Gao and Fei-Xiang Wu
Proc. R. Soc. B published online 31 October 2012
doi: 10.1098/rspb.2012.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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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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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로서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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