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목이는 숲이나 초지, 하천변 등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뱀이다. 목덜미 부분에 엇갈려 난 붉은 띠와 검은 띠가 두드러져 꽃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뱀은 공격을 당하면 목을 활처럼 구부려 목덜미에 있는 두 개의 독샘을 드러내는 자세를 취한다. 포식자가 유혈목이의 목을 물려다간 이 독샘에서 분비된 독액 세례를 받게 된다. 점막을 자극하는 이 독은 기도와 심장근육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롭게도 이 뱀의 목덜미에는 독물을 분비하는 세포가 전혀 없다. 이 독물은 어디서 왔을까.
유혈목이도 다른 뱀처럼 개구리를 즐겨 잡아먹는다. 그런데 유독 이 뱀은 두꺼비를 잘 잡아먹는다. 두꺼비는 피부에서 독물을 분비해 웬만한 포식자는 기피한다. 그렇다면 유혈목이의 독은 두꺼비에서 온 것일까.
유혈목이가 먹이인 두꺼비로부터 독을 얻는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2007년 데버러 허친슨 미국 올드도미니언대 생물학자 등 연구진에 의해서였다. 연구자들은 일본에 서식하는 유혈목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일본 교토대 연구자들은 최근 유혈목이 24마리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행동을 조사했다.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수태한 암컷의 행동이 수컷과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혈목이는 5~6월 동안 강변의 초지에서 주로 지내면서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초지를 떠나지 않는 수컷과 달리 수태한 암컷은 종종 숲으로 들어가 두꺼비를 사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의 알에 독성을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늦여름에 알에서 깬 유혈목이 새끼는 입이 작아 두꺼비를 잡아먹을 수 없다. 이런 무방비 상태에 대비하기 위해 암컷이 두꺼비를 넉넉하게 잡아먹으면 낳은 알에도 독성물질이 포함되는 것이다. 이듬해 봄 어린 두꺼비가 태어날 때쯤에는 유혈목이도 자라 스스로 사냥할 수 있게 된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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