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독 있는 벌레를 흉내내기도 한다. 페루의 열대우림에 사는 어떤 새는 둥지를 떠나기 전 독충 애벌레의 모습과 행동을 흉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바람 숲
애벌레는 새에게 영양가 풍부하고 먹기 좋은 먹이다. 새를 피하려고 일부 애벌레는 화려한 색깔로 오히려 눈에 띄는 전략을 편다. 독이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경험 없는 새라도 이런 애벌레를 먹은 끔찍한 기억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새가 독 있는 벌레를 흉내내기도 한다. 페루의 열대우림에 사는 어떤 새는 둥지를 떠나기 전 독충 애벌레의 모습과 행동을 흉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사진). 사실은 독성이 없지만 포식자가 기피하는 색깔이나 형태를 취하는 행동을 베이츠 의태라고 하는데 새에서 이런 행동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스타보 론도뇨 콜롬비아 칼리 이세시대 생태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아메리칸 내추럴리스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 ‘성가신 문상객’으로 불리는 이 새가 둥지에서 보이는 특이한 의태 행동을 보고했다. 어린 새의 몸에는 끄트머리가 흰 선명한 오렌지색 솜털이 나 있는데, 이 지역에 분포하는 독나방의 애벌레와 흡사하다. 솜털마다 1~10개의 기다란 오렌지색 가시가 나 있어 독침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새의 크기는 14㎝로 독나방 애벌레의 크기 12㎝와 비슷하다.
어린 새의 행동도 애벌레를 빼닮았다. 보통 어린 새는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오면 입을 벌리고 먹이를 재촉한다. 하지만 이 새는 조르는 대신 한동안 머리를 좌우로 느릿느릿 움직이며 꿈틀거리는 동작을 한 뒤 비로소 먹이를 받아먹는다. 연구진은 “도착한 새가 어미인지 포식자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 같다. 포식자라면 독충의 동작을 보고 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새가 서식하는 페루 마누 국립공원에서는 포식자가 많아 이 새가 독립하기 전에 둥지가 파괴되는 비율이 80%에 이른다. 그러나 독충을 닮은 깃털과 행동이 생존율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논문은 밝혔다. 어린 새는 둥지를 떠나기 전 14일 동안만 독충 애벌레와 비슷한 형태를 하고 둥지를 떠나면 전혀 다른 색깔의 새가 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구스타보 론도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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