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람숲
남아메리카에는 납작한 코에 나뭇가지를 쥘 수 있는 긴 꼬리를 지닌 타마린, 거미원숭이, 코주부원숭이 등 독특한 신세계원숭이가 산다. 그런데 화석 기록은 약 2600만년 전에서 딱 그쳐 버리고 만다. 신세계원숭이는 어디서 왔을까.
남아메리카는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인도, 남극과 함께 곤드와나란 초대륙을 형성했다. 지도에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해안선이 떼어낸 것처럼 일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남아메리카는 65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갔고 500만년 전 북아메리카와 붙기 전에는 섬처럼 외딴 대륙이었다.
이런 자연사 배경과 분자생물학과 화석 연구 결과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너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물론 2600㎞ 이상 떨어진 대서양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건넜는지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큰 폭풍과 함께 바다로 휩쓸려간 숲의 한 덩어리가 뗏목이 되어 조류를 타고 남아메리카까지 떠내려왔다는 ‘뗏목 표류 이론’이다.
최근 이 가설을 뒷받침하면서 이주 역사를 대폭 앞당기는 발견이 이뤄졌다. 아마존강 상류인 페루 동부지역에서 3종의 원숭이 어금니 화석을 찾아냈는데, 그 형태가 현존하거나 멸종한 어떤 신세계원숭이와도 닮지 않았고 당시의 아프리카 원숭이와 매우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그 시기도 이제까지 가장 오랜 신세계원숭이의 2600만년 전보다 1000만년 더 거슬러 오른 3600만년 전으로 밝혀졌다. 마리아노 본드 아르헨티나 자연사박물관 고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이 작성한 이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4일치에 실렸다. 이 연구로 신세계원숭이의 아프리카 기원론은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
에오세 후기인 3500만년 전에는 해수면이 급격히 하강해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거리가 지금보다 가까웠고 중간에 커다란 섬들이 드러나 있어 원숭이의 뗏목 표류가 용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화석을 토대로 복원한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랜 원숭이 모습 상상도.
그림 호르헤 곤살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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