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곳은 세균의 세계다. 흙 1g에는 4000만마리, 담수 1㎖에는 100만마리의 세균이 산다. 지구의 세균을 다 합치면 모든 동물과 식물을 더한 것보다 무겁다. 그러니 좋은 세균과 힘을 합쳐 나쁜 세균을 막는 것은 유력한 전략이다.
항균물질을 만드는 세균과 공생 관계를 이루어 병원균이나 기생충을 막는 동물이 많다. 개미, 딱정벌레, 새우, 오징어, 말벌, 도롱뇽 등에서 그런 사실이 밝혀졌다. 아예 몸에 유용세균의 거처를 마련해 둔 오징어, 소나무좀, 개미 등도 있다. 이제 그 목록에 새도 오르게 됐다.
스페인 연구자들은 국제학술지 <동물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후투티가 알에 항균 세균이 든 분비물을 발라 병원균 감염을 막는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후투티는 우리나라에서도 번식하는 여름철새로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에 널리 분포한다. 눈길을 끄는 왕관 모양의 장식 깃과 함께 이 새의 알에도 특별한 것이 있게 됐다.
후투티의 흰색 알은 낳은 지 며칠이 지나면 누렇게 변하고 심한 악취를 낸다. 포식자를 물리치기 위해서라고 막연하게 생각돼 왔지만, 실은 여기엔 오랜 진화적 적응이 숨겨져 있었다.
후투티 암컷은 알 표면에 꽁지샘에서 나온 분비물을 바른다. 여기에는 항균 능력이 있는 세균이 고농도로 들어 있고 그 덕분에 알껍질을 통해 병원균 감염을 막아준다는 가설이 최근 나왔다. 연구자들은 후투티의 분비 조절 실험과 주사전자현미경을 통한 관찰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후투티의 알 표면에는 미세한 홈이 다수 있는데 암컷의 꽁지샘 분비물로 이를 채우면 공생세균의 항균물질 덕분에 새끼의 부화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개 새알은 거죽이 매끈하고 물이 잘 묻지 않아 분비물이 들러붙기 힘든데 후투티 알은 분비물이 잘 붙는 독특한 미세구조를 갖췄다. 새 가운데 항균세균과의 공생관계가 밝혀진 것은 후투티가 처음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아르투로 니콜라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