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물바람숲

할머니가 무리를 살린다

등록 2015-03-10 20:20

범고래의 모습.
범고래의 모습.
물바람숲
유전자를 후손에게 가장 많이 퍼뜨리는 것이 진화의 냉혹한 논리라면, 이것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동물이 있다. 사람, 범고래, 들쇠고래의 ‘할머니’가 그들로서 생식능력이 없어진 뒤에도 수십년을 산다.

대부분의 동물은 죽기 전까지 새끼를 낳는다. 바꿔 말하면, 번식을 하지 못하면 죽는 것이 진화의 숙명이다. 그런데 범고래 암컷은 12살부터 40살까지 새끼를 낳지만 90살 넘어서까지 산다. 수컷은 대개 50살을 넘기지 못한다.

북아메리카 태평양 해안에 서식하는 범고래를 1976년부터 관찰하고 연구해온 고래연구센터의 해양생물학자들은 갓 태어난 개체부터 91살 할머니까지 다양한 범고래의 개체별 특징과 계보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로런 브렌트 영국 엑서터대 생물학자 등은 2001~2009년 촬영한 751시간 분량의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 할머니 범고래가 집단에서 특별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 논문은 ‘할머니 가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류학자들이 제안한 이 가설은 수렵채취 사회에서 할머니가 식량 확보, 아이 돌보기, 홍수나 기근을 극복한 경험 등을 통해 자손을 번창하게 하고, 이것이 폐경 이후의 수명연장을 재촉했다고 설명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와 워싱턴 연안에 사는 범고래의 주식은 왕연어다. 그런데 사람의 어획과 엘니뇨에 따라 왕연어 무리의 크기는 해마다 들쭉날쭉하다. 범고래의 번식률과 사망률은 왕연어에 달려 있는데, 특히 연어가 부족할 때 연어를 어디 가서 잡을 수 있나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연구자들은 할머니 범고래가 무리를 이끄는 리더 구실을 하며, 특히 연어가 적을 때일수록 할머니의 지도력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교신 저자인 대런 크로프트 엑서터대 행동생태학자는 “이 연구는 폐경 이후의 암컷이 생태적 지식을 축적함으로써 무리에 핵심적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사이언스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데이비드 엘리프리트, 고래연구센터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